직무유기 혐의 적용···보강 수사 후 사건 송치
[제주매일 김동은 기자] 속보=제주도 농업기술원 소속 공무원이 농민 수십 명을 상대로 국고 보조금 사기 행각(본지 3월14일자 5면 보도)을 벌인 것과 관련, 해당 기관장이 입건되는 등 직무유기 여부에 대한 수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특히 해당 기관장이 직무유기 혐의로 입건된 것은 이례적인 일인 데다 향후 피해 구제와 법정 소송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최종적인 사법적 판단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제주동부경찰서는 지난 2일자로 이상순 농업기술원장을 직무유기 혐의로 입건, 보강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8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 원장은 농민 수십 명을 상대로 국고 보조금 사기 행각을 벌인 농업기술원 소속 공무원 허모(40)씨의 비위 사실을 보고받고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실제 지난해 12월 서귀포시 모 은행 관계자가 한 농민의 계좌에서 자부담비 명목의 돈이 빠져나간 사실을 확인하고 농업기술원에 관련 사업 문의를 하는가 하면 직접 방문해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농업기술원은 단순 개인적 채무 문제로 판단하고 별다른 조취를 취하지 않은 데다 3개월이 지난 후인 3월 3일에야 비위 사실을 제주도 청렴감찰단에 통보했다.
허씨의 사기 행각이 올해 2월까지 이어진 만큼 농업기술원이 징계를 내리지 않는 등 미적거리면서 농민들의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 원장이 허씨의 비위 사실을 보고받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피해를 본 농민은 20명, 피해액은 1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경찰은 농업기술원의 최종 의사결정권자인 이 원장을 입건하는 한편, 허씨의 직속 상관과 은행 관계자 등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경찰은 이 원장의 직무유기 혐의 적용에 대해 실체적이고 객관적으로 진실을 규명하는 등 법률적인 검토를 충분히 거쳤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와 관련, “공무원의 직무유기 혐의를 입증하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며 “충분한 보강 수사를 통해 빠르면 이번 주 내로 수사를 마무리하고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허씨는 지난해 2월부터 올해 2월까지 1년간 시설하우스 국고 보조금 지원을 받도록 해주겠다며 농민 44명으로부터 자부담비 명목으로 16억5000만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로 구속돼 검찰에 송치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