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농업기술원 소속 한 공무원이 농민들을 상대로 벌인 보조금 사기행각의 파문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특히 이 공무원의 범행과정에서 제주도농업기술원의 묵인 또는 은폐의혹까지 불거지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 이에 대한 농업기술원 또는 제주도의 뚜렷한 입장은 보이지 않아 공직사회 전체로 불신이 번지고 있다.
농업기술원은 말 그대로 제주도 소속 기관이다. 그래서 농업기술원장에 대한 인사권 역시 제주도지사가 행사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공무원 사기행각은 농업기술원이라는 제주도 소속기관의 책임으로만 넘기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과 다름이 없다.
이 사건은 그 자체만으로 제주도에 많은 문제점을 던져주고 있다. 제주도는 각종 공직비리로 땅에 떨어진 공직 청렴도를 개선하고 또 소속 공무원들의 비리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종전 보다 한층 강화된 공직감찰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도 한 공무원이 수십명의 농민을 상대로 16억원이 넘는 거액의 국고보조금 사기행각을 벌였는데도 이를 사전에 차단하지 못했다. 더 나아가 최근에는 서귀포지역 한 농협의 간부가 직접 농업기술원에 정식으로 시정조치와 확인을 요구했는데도 불구하고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상황이 번지면서 이 사건과 관련, 피해 농민들은 ‘공무원 국고보조금 사기피해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피해 보상과 근본적 문제해결을 요구하는 상황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제주도와 제주도농업기술원 처지에서 볼 때 이 사건을 ‘직원 개인범행’으로 치부한 뒤 피해 농민들의 주장을 외면할지 모르지만, 이는 올바른 자세가 아니라고 본다. 말 그대로 선량한 농민들은 농업기술원 소속 공무원의 국고보조사업 관련 업무에 대해 ‘개인의 업무’라고 생각할 사람은 한명도 없을 것이다. 응당 해당 사업은 제주도 또는 제주도농업기술원의 사업으로 믿을 수밖에 없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따라서 이들 피해 농민들에 대한 제주도의 책임은 어떤 경우에도 면제될 수 없다. 농업기술원이라는 소속기관의 등 뒤에 숨기에 앞서 제주도가 정면에 나서 이 문제의 수습책을 내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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