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감찰 부서에 통보해 농민들 피해 키워
[제주매일 김동은 기자] 속보=제주도 농업기술원 소속 공무원이 농민 수십 명을 상대로 국고 보조금 사기 행각(본지 3월14일자 5면 보도)을 벌인 것과 관련, 해당 기관이 비위 사실을 일부 알고도 묵인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단순한 개인적 채무 문제로 판단하고 별다른 조취를 취하지 않은 데다 비위 사실을 뒤늦게 감찰 부서에 통보한 것으로 확인되면서다.
제주동부경찰서는 시설하우스 국고 보조금 지원을 받도록 해주겠다고 속여 농민들로부터 돈을 받아 가로챈 혐의(상습사기 등)로 농업기술원 소속 공무원 허모(40)씨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2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허씨는 지난해 2월부터 올해 2월까지 1년간 시설하우스 국고 보조금 지원을 받도록 해주겠다며 농민 44명으로부터 자부담비 명목으로 16억5000만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경찰은 허씨의 소속 기관인 농업기술원이 비위 사실을 일부 알고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됨에 따라 직무유기 여부에 대한 수사도 진행할 예정이어서 파문이 확산될 전망이다.
실제 지난해 12월 서귀포시 모 은행 관계자가 한 농민의 계좌에서 자부담비 명목의 돈이 빠져나간 사실을 확인하고 농업기술원에 관련 사업 문의를 하는가 하면 직접 방문해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농업기술원은 단순 개인적 채무 문제로 판단하고 별다른 조취를 취하지 않은 데다 3개월이 지난 후인 3월 3일에야 비위 사실을 제주도 청렴감찰단에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허씨의 사기 행각이 올해 2월까지 이어진 만큼 농업기술원이 징계를 내리지 않는 등 미적거리면서 농민들의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찰은 농업기술원이 허씨의 비위 사실을 일부 인지한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피해를 본 농민이 20명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제주도 감사위원회는 허씨에 대한 수사가 끝나는 대로 농업기술원을 상대로 감사에 착수한다는 방침이다.
한 피해 농민은 “농업기술원이 범죄를 알고도 은폐하려 한 것 아니냐”며 “허씨 뿐만 아니라 농업기술원에도 책임을 물어 민사 소송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