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만 시대'의 빛 바랜 자화상
'30만 시대'의 빛 바랜 자화상
  • 제주타임스
  • 승인 2005.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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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가 시 승격 50년만에 인구 30만 시대를 맞았으나 과연 시세(市勢)에 걸 맞는 행정 태세를 갖추고 있는 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제주시는 지난 9일을 기준으로 주민등록상 인구가 30만13명을 기록했다. 이는 1955년 9월 1일 시로 승격(당시 인구 5만9662명)된지 50년 만이며, 1985년 말 20만 명을 돌파한 이래 꼭 20년만의 대기록이다.

인구가 30만 명을 넘어서면 행정적으로는 1국 2과의 직제가 늘어나게 돼 제주시 직제는 4국 21과에서 5국 23과로 확대될 뿐 아니라 교부세가 확충되며, 일부에서는 국회의원 증원 문제까지 거론하는 등 일대 변화가 예상된다.
그러나 제주시는 ‘인구 30만 시대’에 달라질 어떠한 비전도 제시하지 못한 채 어정쩡한 모습으로 일관하고 있어 시민들의 질타를 받고 있다.

시민들은 “무엇이 달라지느냐”고 질의를 쏟아내고 있지만 어느 부서 하나 속 시원히 나서는 곳 없이 각 부서로 떠넘기는 추태를 연출하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제주시가 관료주의 타성에 젖어 어영부영하고 있지 않으냐고 비판하기도 한다.
게다가 공무원들의 불친절이 극에 달하는 등 곳곳에서 행정누수 현상도 감지되고 있다. 민원인들이 걸어오는 전화를 받지 않아 문제가 되자 급기야 이것이 전체 간부회의 공식 안건에까지 오른 것은 그 대표적 사례다.

뿐만이 아니다. 내년 단체장 선거를 의식해 공무원들의 고질적 병폐인 ‘복지부동’이 벌써 시작됐으며 시정이 내실보다 겉치레 행사에 치중한다는 평도 쏟아지고 있다. 다 선거를 염두에 두기 때문이 아니냐는 것이다.
제주시가 인구 30만 명 시대의 급변하는 행정수요에 대처할 투명한 행정과 고객만족 행정이 요구되는 데도 공무원들의 정신자세가 이 모양이라면 백년하청이다. 실망이 크지 않을 수 없다. 언필칭 국제자유도시의 중심도시로 그 어느 때보다 제주시의 역할과 위상 정립이 필요한 시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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