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청렴 결의대회는 처음이 아니다. 2012년 제주도가 청렴도 평가에서 전국 꼴찌를 차지하자 대대적인 ‘공무원 청렴 결의 대회’를 열었었다. 그러나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공무원 비리는 계속 이어졌고, 결국 2013년 청렴도 평가에서도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어디 그뿐인가. 올해 들어서도 공무원 비리는 마찬가지다. 그 대표적인 예가 이번 도청 소속 현직 공무원 대형 사기극이다. 그렇잖아도 농민들이 FTA로 인해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데 그것을 미끼로 5명의 농민들로부터 1억 원대를 갈취했다니 귀를 의심할 정도다.
요 몇 년 사이에 저질러진 제주도내 공직자들의 각종 비리 행태를 보면 ‘청렴 결의 대회’ 몇 번쯤으로 해결 될 문제가 아니다. 제주도내 공직자들의 비리를 근본적으로 없애는 데는 근인(近因) 제거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뿌리를 뽑을 수 없는 게 제주 공직사회 비리의 특성이다. 근인 제거와 더불어 원인(遠因)도 함께 없애야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그 원인(遠因) 중의 하나가 다름 아닌 도지사 선거 때 공무원 줄 세우기와 줄서기다. 즉, 공무원들의 ‘선거 중립’ 불이행이 비리와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제주도는 과거 20년 가까이 지방선거 때만 되면 고질적인 공무원 줄서기와 줄 세우기로 몸살을 앓아 왔다. 이로 인해 공직사회에는 인맥(人脈), 관맥(官脈), 정맥(政脈)이 형성되고 각종 부조리가 판을 쳤다. 감사(監査) 마저도 봐 주기 감사와 보복성 감사가 아니냐는 말이 오갈 정도다.
제주도 공직 사회에서 비리가 없어지려면 그 원인(遠因)이 되는 선거철 공무원 줄 세우기와 줄서기부터 청소 돼야한다. 그러기 위해서 ‘공무원 선거 중립 결의 대회’는 반드시 필요하다. ‘공무원 청렴 결의 대회’도 끝났으니 이제는 ‘공무원 선거 중립 결의 대회’를 대대적으로 열 필요가 있다.
물론, ‘공무원 선거중립 결의 대회’를 주도하려면 용기가 필요하다. 윗선의 눈치를 봐야하기 때문이다. 고위층에서 그것을 바랄 리 없지 아니한가. 그러나 진정으로 공직이 청렴하기를 바란다면 도지사로부터 행정시장에 이르기까지 ‘공무원 선거 중립 결의 대회’를 진두지휘해야 한다. 그것이 청렴을 실현 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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