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농업인단체 "한우·한돈농가 현실 외면한 FTA 체결로 축산농가 타격"
[제주매일 신정익 기자] 우리나라와 캐나다의 자유무역협정(FTA)이 지난 11일 타결되면서 2030년에는 호주에 이어 캐나다산 돼지고기와 쇠고기도 무관세로 국내시장을 공략할 전망이다.
제주지역 주력산업 가운데 하나인 축산업은 세계적인 축산 강국인 미국, 호주에 이어 캐나다의 공세에 직면, 산업기반 붕괴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번 FTA 타결로 최대 관심품목인 돼지고기와 쇠고기의 경우 현재 22.5∼25%, 40%인 관세는 협정 발효 후 매년 2∼3%씩 단계적으로 낮춰 15년 차에는 완전 철폐된다.
이는 한·호주 FTA에서의 쇠고기 수입 조건과 일치한다. 한·호주 및 한·캐나다 FTA가 내년 중 동시 발효된다고 가정하면 2030년에는 호주·캐나다산 쇠고기와 돼지고기가 일제히 무관세로 국내 시장에 들어올 전망이다.
지난해 캐나다산 돼지고기 수입물량은 4만3398t, 금액으로는 7976만 달러에 이른다.
물량으로는 미국(11만2000t)에 이어 두 번째로 많고, 금액 기준으로는 미국, 독일, 칠레에 이어 네 번째를 차지한다.
이미 국내시장에서 수요가 늘어나는 상태에서 관세까지 점진적으로 인하될 경우 캐나다산 돼지고기의 국내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제주지역 양돈농가에게는 치명적인 위협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도내 한우.육우 농가에게도 이번 FTA 타결은 ‘발등의 불’로 다가 오고 있다.
작년 기준으로 국내 수입 쇠고기 시장점유율은 호주산이 55.6%(14만3000t)로 가장 높고 미국(34.7%. 8만9000t), 뉴질랜드(2만3000t. 8.8%) 등의 순이다.
캐나다산은 광우병 파동 등으로 시장점유율이 0.6%(1000t)까지 떨어졌지만 이번 FTA를 계기로 관세 인하 효과를 등에 업고 시장 확대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캐나다가 광우병 발병 전력이 있는 국가라는 점에서 우려를 표명하는 목소리도 있다.
(사)한국농업경영인 제주도연합회(회장 김용우)는 12일 성명을 내고 “정부가 농업을 FTA의 활용카드로 치부하며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도연합회는 “한국과 캐나다의 FTA 협상 타결로 캐나다산 쇠고기에 부과되던 40% 수준의 관세와 돼지고기의 22.5∼25% 관세가 15년에 걸쳐 철폐될 전망”이라며 “이는 한우·한돈 등 축산농가가 직면한 어려운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처사”라고 주장했다.
도연합회는 이어 “농축산물 수출국들의 공세에 맞서 자국의 농축산물을 보호할 의무가 있는 정부가 광우병 발생국가를 대상으로 한 정당한 조치도 지켜내지 못하고 오히려 자동차 수출을 이유로 FTA 체결이라는 시장 개방으로 화답했다”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