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11권, 도내 교사 546명 참여
[제주매일 문정임 기자] 제주에는 1735년 제주사람 고처량이 제주목사 김정에게 건의해 지은 ‘삼천서당’이 있었다.
학규는 엄했고, 고훈(古訓)과 같은 격언을 게시해 학생들에게 실천하도록 했다. 목사였던 김 정도 공무가 끝난 뒤 서당에 나가 학생들과 질의하고 문답했다. 정원은 20명 선. 건입동 제주측후소 남쪽 지금의 선일건재사 자리에 위치했다. 사설교육기관으로는 오랫동안 건재하며 제주 전역의 선비들이 상당수 이곳에서 글공부를 했다. ‘표해록’의 저자 장한철이 대표적이다. 광복이 지나 1958년 헐렸다.



조선 후기에 접어들며 서당은 일반 서민의 자치적 성격을 내포한 기관으로 바뀌어갔다. 사람들은 서당을 운영하기 위해 서당계를 조직했다. 주로 마을 구성원들이 계원이 됐고, 모아진 돈으로 훈장을 모시고 서적을 구입했다.
1903년 개설된 건입동의 한 서당(‘무명서당’)에서 당시를 엿볼 수 있다. 서당은 훈장 현태욱의 자택에 들어서있었다. 주로 9~17세의 아이들 15명 정도가 다녔다. 교육 내용은 천자문(6개월 과정), 계몽편(6개월), 명심보감(3개월), 소학, 맹자, 대학 등이었다. 예절 및 도덕성 교육, 1일1교본 교육, 문답식 개별학습 등이 주를 이뤘다. 월 1회 평가를 실시했고, 결과가 나온 뒤에는 마당에 멍석을 깔고 학동들을 서로 마주보게 한 뒤 시험을 못 본 학생이 먼저 절하게 했다. 장원에게는 강기를 수여했고, 장원 학동의 부모는 고구마나 떡, 술 등으로 훈장에게 보답했다.
제주교육박물관(관장 정순식)이 학교를 중심으로 지역 문화유산과 역사, 선조들의 삶, 학교 연혁 등을 집대성한 향토지 ‘학교가 펴낸 우리고장 이야기’를 발간했다.
앞서 1987년 각 초등학교별로 펴낸 향토지 내용을 토대로 이후 수집된 자료를 보태 제주 전 지역을 망라, 11권을 1질로 묶었다.
각 권마다 학교의 학구를 표시하고 ▲자연환경 ▲마을 역사 ▲문화유산 ▲사회구조 ▲생산 산업 ▲교육 내용을 순서대로 담았다.
서당을 중심으로 한 제주교육의 초기 모습은 제주의 원도심에 위치한 제주북초, 동초, 서초 등에서 찾을 수 있다. 특히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제주북초에는 단순한 학교 연혁을 넘어, 삼도동의 내력과 관덕정·향사당·홍화각 등 각종 건조물, 개국신화, 제주성안 유배길, 항일운동 등 광범위한 제주 역사와 문화를 만날 수 있다.
발간에는 도내 109개 초교 546명의 교원이 집필위원으로 참여했다.
고창석 편찬위원장(전 제주대 교수)은 “학생들과 마을 어르신들이 충분히 읽을 만한 내용들로 짜여졌다”며 “학교를 중심으로 마을의 변천사를 이해하다보면 어느 새 제주지역 전체에 대해 깊이 있는 안목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의미를 전했다.
제주교육박물관은 향토지 발간을 축하해 12일 오후 5시 제주교육박물관 뮤지엄 극장에서 출간기념회를 개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