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4년 들불축제의 마지막 날, 문화관광 우수축제로의 도약을 위한 제주들불축제 발전방안 포럼이 열렸다.
올해로 17회째를 맞는 제주들불축제는 지금은 고인이 되신 신철주 전 북제주군수의 제안에 따라 제주의 전통적인 농경목축문화에 기반한 축제를 통해 주민 화합을 위한 장도 마련하고 제주 문화를 전승하는 계기로 삼자는 취지로 1997년에 시작한 축제이다(구제역이 우리나라 전역을 강타했던 2011년에는 개최되지 않았다).
오래된 축제인 만큼 그간 변화도 많았다. 개최 초기에 애월읍 납읍리와 구좌읍 덕천리 중산간을 오가며 개최되던 축제 장소는 지난 2000년 지금의 새별오름으로 고정되었다. ‘제주정월대보름들불축제’라는 원래 이름은 작년부터 ‘제주들불축제’로 바뀌었으며 당초 정월대보름 전후였던 개최시기는 제주의 들불 놓기는 절기상 ‘경칩’ 무렵에 했다는 내용을 근거로 작년부터는 조정되었다.
축제의 규모도 커졌다. 기간도 1일에서 3일로 늘어났고 주민만 즐길 것인가, 관광객들도 함께 재미진 축제를 열어보자는 움직임 속에 중심축 또한 지역주민 및 농경목축문화 전승 위주에서 관광객 및 문화관광 축제로 이동하여 왔다.
무엇보다도 ‘오름에 불을 놓는’ 들불축제의 특성이 점차 대표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하면서 대외적으로는 우리나라에 제주 들불축제만큼 킬러 콘텐츠가 확실한 축제는 없다는 부러움을 받은 적도 있었지만 2006년부터 현재까지 연속 9회 문화체육관광부 유망축제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게 제주 들불 축제의 아쉬운 현주소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이 날 포럼에서는 축제의 ‘판’을 바꾸자는 제안들이 많았다. 오순환 교수(용인대)는 우리나라 문화관광 우수축제를 지향한다지만 제주들불축제가 제공하는 수많은 프로그램 중에 관광객의 입장에서 그들의 필요와 요구에 부응하고 나아가 돈을 지불하면서까지 즐기고 싶게 만드는 프로그램은 많지 않다고 평가하였다. 그런 의미에서 축제의 하이라이트인 ‘오름불 놓기’행사를 토요일로 옮기자는 제안을 하였다.
토론에 참여한 이수범 교수(경희대)는 바뀌지 않고는 문화관광 우수축제로의 도약은 어려울 것임을 강조하면서 관광객 위주로 가려면 토요일에 오름불을 놓아야하고 제주에 온 관광객들을 축제장으로 이끌기 위한 홍보마케팅 강화 노력도 주문하였다.
서철현 교수(대구대)는 들불축제가 유망축제로서 문화관광축제 중 왜 맨 하위에 머무르고 있는가에 대한 답변으로 보름코지인 새별오름에서 ‘추위’를 극복하기 위한 대책 마련, 선심성 공간 및 선심성 프로그램을 과감히 없애는 결단, 관광객의 지갑을 열게 하는 돈이 되는 프로그램 개발로 수익을 창출하고 재투자해야한다고 축제 조직위에 제안하였다.
전국 최장기 문화관광 유망축제라는 오명아닌 오명을 얻고 있지만 지난 18년 동안 제주들불축제는 다양한 측면의 불리한 조건들을 극복하면서 나름대로 변화와 발전을 모색하여 왔다. 이 포럼의 개최 취지가 제주들불축제의 현주소를 인식하고 좀 더 나은 방향으로의 발전을 위한 방안 모색이었듯이 포럼에서 제안된 소중한 의견들이 적극적으로 검토되고 그 결과가 내년축제에 오롯이 녹아났으면 한다. 내년 경칩 무렵엔 제주들불축제장에서 1년을 밝힐 마음의 불씨하나 가지고 돌아오는 나를 상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