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노인 ‘먹통 관리’ 실종사고 불러
치매 노인 ‘먹통 관리’ 실종사고 불러
  • 김동은 기자
  • 승인 2014.03.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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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벌써 26건···‘사후약방문’ 대응
도내 전체 7230명···체계적 관리 손 놔

[제주매일 김동은 기자] 지난 1일 서귀포시 대정읍 하모리에서 치매를 앓던 오모(80)씨가 갑자기 사라졌다. 아버지가 집에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아들은 이날 오전 5시30분께 경찰에 실종 신고를 했다.

수색에 나선 경찰과 지역주민 등은 온 동네를 뒤졌지만 오씨를 찾을 수 없었다. 수색 방법은 직접 발로 뛰어 찾아다니는 것이 전부였다.

그렇게 수색 작업은 며칠째 계속 이어졌고, 오씨는 대정읍 상모리 모 의원 건물 계단에서 실종 5일 만에 결국 숨진 채 발견됐다.

10일 오후 11시30분께에는 제주시 월평동에서 평소 치매를 앓던 신모(80·여)씨가 실종됐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최근 제주지역에서 치매를 앓던 노인이 실종되는 사고가 잇따르고 있어 치매 노인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11일 제주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치매 노인 실종 건수는 2011년 54건, 2012년 89건, 지난해 94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여기에 올 들어서도 2월 말 현재까지 26건이 발생했다.

도내 노인 7만9305명 가운데 치매 노인은 7230명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제주도에 등록된 치매 노인은 4208명이다.

하지만 제주도는 치매 노인을 대상으로 인식표를 배부하는 게 전부인 데다 예산 핑계로 실종 예방을 위한 GPS 위치추적기도 지원하지 않는 등 치매 노인 관리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더구나 경찰은 2012년 7월부터 치매 노인 실종에 대비해 관련 정보를 시스템에 입력 관리하는 사전등록제를 운영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등록된 노인은 15명에 불과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치매 노인 실종에 따른 수색 작업으로 경찰의 업무가 가중되는 것은 물론 치안 공백도 우려되고 있다.

때문에 치매 노인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 마련과 함께 유관기관 간의 유기적인 협력 체계가 요구되고 있다.

제주도 관계자는 이와 관련, “하반기 추경 때 예산을 확보해 재가 치매 노인을 대상으로 GPS 위치추적기를 보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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