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이녁추룩 아프게 안하쿠다. 난 이녁밖에 어수다."
지난 7일 오후 7시. 모노드라마 '이녁'이 제주영화문화예술센터 무대에 올랐다.
연극의 배경은 해군기지가 건설되고 있는 서귀포시 강정마을. 이곳에서 3대(大)를 살아온 여성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미랑의 할머니는 4·3때 남편을 잃고, 2명의 자식들을 물질을 하면서 키웠다. 지금은 나이가 들어 정신이 온전치 못한 상태다. 할머니의 손녀 미랑은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고 있다.
엄마는 미랑이 좋은 남편을 만나 결혼하고, 가족을 꾸려 오순도순 살아가기를 바란다. 하지만 미랑은 "우리를 키워준 바다를 지켜야 한다"며 하루가 멀다 하고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주인공인 윤미란씨는 이 모든 이야기를 혼자 연기한다. 풋풋한 10대에서부터 치매에 걸린 70대 할머니까지…
연극은 시작부터 끝까지 모두 제주어로 진행된다. 때문에 10~20대가 연극을 이해하는데 어렵지 않을까 우려했다. 그러나 대사의 대부분은 일상에서 쓰는 사투리였기 때문에 연극을 보는데 어렵지 않았다.
연극에서 눈길을 끌었던 것은 윤씨가 관객들과 '호흡'을 했다는 것.
한 관객은 윤씨가 자신에게 말을 걸자 처음에는 당황하기도 했지만, 차츰차츰 시간이 지나니 센스 있는 답변을 하고, 무대에 올라 도우미 역할도 자처했다.
다만 시작하면서부터 끝나는 순간까지 90분간 스피커에서 잡음이 너무 심하게 들려 아쉬움을 남겼다. 연극이 절정에 다다른 순간에도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리 때문에 상당히 거슬렸다.
딱딱하기만 할 줄 알았던 연극 '이녁'은 슬픔 대신에 웃음과 해학, 감동을 선택했다. 연극에서 말하고자 하는 '이녁'은 미랑이 좋은 남편을 만나 결혼하고, 가족을 꾸려 오순도순 살아가기를 바라는 엄마의 바람인 듯하다.
연극은 말한다. 주민들의 동의 없이 건설되고 있는 해군기지는 있을 수 없다고. 또한 현재 제주에서는 60여 년 전 제주에서 벌어졌던 일이 다시 되풀이 되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