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열린 국토교통부의 ‘제주 항공 수요조사 설명회’를 보면서 아찔한 생각이 든다. 이 ‘항공 수요조사’는 한국항공대 ? 인하대 등 4개 기관 산학협력단이 국토교통부의 용역 의뢰를 받아 수행하고 있는데 최종 보고회가 아닌, 중간 설명회임에도 불구하고 제주 항공인프라의 취약성에 새삼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설명회’에 따르면 제주국제공항은 지난해 인천공항에 이어 두 번째로 이용객 2000만명을 돌파 했다. 김해나 김포공항을 모두 제쳤다. 항공기 이-착륙도 1분45초에 1대씩이다. 기우(杞憂)이겠지만 이륙이나 착륙 과정에서 충돌 사고라도 나지 않을까 우려되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그럼에도 제주국제공항 인프라는 열악하기만 하다. 부지면적, 활주로, 각종 시설, 운항 여객기 대수들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제주공항의 안전도 문제지만 이용객들은 좌석을 잡지 못해 아우성이다.
중간 용역 결과 제주방문을 포기한 경험을 갖고 있는 제주공항 국내선 이용객 23%중 60%가 항공 표를 구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국제선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제주방문을 포기한 18% 중 35%가 역시 비행기표 구입난이 이유였다. 연간 항공기 이용객 2000만 명 시대인 점을 감안하면 항공기 좌석만 해결 돼도 한해 200여만 명이 더 제주에 올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내국인뿐만 아니라, 항공편 부족으로 제주관광을 포기하는 외국인들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니 국가적으로도 이만저만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중간 용역결과가 이러한데 정부가 “제주신공항은 안 된다”고 우길 하등의 명분이 없다. 하지만 용역팀은 오는 8월까지 ‘제주항공 수요조사 용역’이 완료될 것이라면서도 “신공항을 건설할지, 현 공항을 확장할지에 대해서는 아직 백지 상태”라고 말함으로써 자칫하면 형식적인 현지 확장으로 우선 시간이나 벌려 할지도 모른다. 영남이라는 지역적 배경을 등에 업고 추진 중인 ‘동남권신공항’이 영향을 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제주도민들이 신공항 건설을 한사코 요구하고 있는 것은 두 가지 효과를 보고 싶어 해서다. 첫 번째가 공항 인프라 구축이요, 두 번째가 지역균형 발전을 위해서다. 신공항이 산남으로 가든 산북으로 가든 이것만큼 지역균형 발전에 이바지 할 사업은 아직 없다. 정부는 용역이 끝나면 신공항 건설쪽으로 계획을 확정해 주기 바란다. 박근혜 대통령의 선거 공약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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