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7~9일 제주영화문화예술센터에서 공연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막바지 연습에 한창인 윤미란 대표(48)를 4일 만났다.
윤 대표가 어떻게 연극 '이녁'을 기획하게 됐을까. 올해로 연극생활을 한지 24년이 된 그는 제주의 아픈 역사가 자신을 연기자로서 성장시켜줬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20여 년간 해보고 싶은 연기는 다 해봤다는 그. 이제는 제주도민들에게 피부에 와닿는 작품을 선보이고 싶더란다. 그러던 중 평소 친분이 있는 제주출신 한진오 작가와 연출가 방은미에게 이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이런 인연이 또 있을까. 연출가 방은미는 해군기지가 건설되고 있는 서귀포시 강정마을에 주소를 옮겼다. 방은미는 조만간 강정과 관련된 연극을 선보이겠다고 다짐했는데, 윤 대표와 뜻이 맞아 연극을 선보이게 됐다.
"대본을 써줄수 있겠냐고 부탁했더니 흔쾌히 받아주더군요. 내 인생의 숙제가 풀리던 순간이죠. 그렇게 소박하게 시작했는데, 입소문이 나다보니 부산과 서울 공연까지 하게됐죠."
연극 이녁은 제주도에서 평생을 살아온 여인 3대의 이야기를 그렸다. 과거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한 시대를 관통한 역사의 아픔과 사랑을 이들의 삶을 통해 보여준다. 제주의 '과거'가 제주4·3사건이면, 강정마을의 이야기가 제주의 '현재'다.
윤 대표는 "강정마을에서 벌어지고 있는 해군기지 사건을 보면, 결국 제주의 아픈 역사인 제주4·3이 보인다"고 말했다.
윤 대표는 10살 소녀부터 70대 치매에 걸린 할머니까지 1인 5역의 연기를 펼쳐 눈길을 끈다. 그에게 가장 연기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을 물으니 '10살 소녀'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50대 이상은 배우가 가지고 있는 무게감이 있기 때문에, 표현하는데 어렵지 않았어요. 20~30대 역시 기술적인 부분으로 커버가 되더라고요. 하지만 10살 소녀만큼은 연기로 되는 게 아니더군요."
10대의 '순수함'을 연기하려니 너무나 힘들었다는 그다. 연기를 하면서 10대 시절 불렀던 노래를 생각하려하니 막상 떠오르는 것이 없어서 애를 먹었다고 한다.
연극 이녁은 100% 제주어로 진행된다. 이와 함께 '제주'와 관련된 노래도 나온다. 이 때문에 10~20대가 '제주어'를 모두 이해할 수 있을지 우려되는 부분도 있었다. 그는 대부분이 생활언어이기 때문에 연극을 이해하는데 크게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앞서 소개했지만 윤 대표는 제주 공연이 끝나면, 오는 5월 부산으로 건너간다. 부산 공연이 끝나면 오는 7월에는 서울공연도 앞두고 있다.
마지막으로 연극 '이녁'을 감상하는 팁을 물었다.
"무대를 지키고자 하는 배우의 내면이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이어 연극에서 쏟아낼 에너지는 100%인데, 혼자 연기를 하기 때문에 표현하는데 한계가 있죠. 때문에 배우 한명이 풀어내는 여러 인물의 삶에도 주목해주길 바랍니다."
한편 윤 대표는 그동안 '사월웃 헛묘', '아버지를 밟다', '이식 재 직힐 수', '영감놀이 굿', '현해탄의 새'등에 출연했다. 연출작으로는 '교실이데아', '마당굿 세경놀이' , '사월굿 백조일손'등이 있다. 문의)064-753-95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