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네 어귀에 매화꽃이 활짝 피었다. 육지부에 유난히도 폭설이 잦았던 겨울이었던지라 봄꽃 소식은 새로운 기운과 함께 마음을 설레게 한다. 그러고 보니 마음을 설레게 하는 것이 봄꽃 소식만은 아니겠다. 그 누구보다도 이 봄이 새로움으로 다가오는 이들은 아마 이제 막 학교생활을 시작하게 된 초등학교 1학년생들이 아닐까.
첫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하던 때가 떠오른다. 학교 선생이었던 나도 아이를 학교에 처음 보내는 일에는 왠지 모를 낯설음과 설렘이 있었다. 학교생활은 잘할까. 친구와 싸우지는 않을까. 선생님 말씀은 잘 들을까. 이제 그 아이는 다 자라서 성인이 되었지만 아직도 내게는 입학하던 날 내 손을 꼭 잡고 놓지 않았던 아이의 손길, 눈빛이 선명하다.
며칠 전, 막내 입학 예비소집에 다녀온 제자의 얘기를 들으니 입학을 앞두고 아이들에게 가장 먼저 훈련시키는 일은 물품에 자기 이름을 쓰게 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 말을 듣고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자기 이름을 쓴다, 얼마나 의미 있는 일인가. 엄마 품에서, 보모 품에서 생활하던 아이가 색연필에, 연습장에 써 붙이면서 비로소 독립된 자아의 길로 들어서게 되는 것이다.
한자로 ‘我’(아)는 ‘나’라는 뜻이지만, 한자의 구성을 잘 살펴보면 ‘手(손,수)+戈(창, 과)’의 합성어이다. 즉, 나라는 것은 손에 창을 든다는 의미로 해석될 것이다. 손에 창을 든다는 것이 무엇일까. 그것은 현대적으로 해석하면, 자신만의 힘을 가진다는 뜻이 아닐까. 독립불변의 실체(實體)로서의 나, 이 세상에 가장 소중한 존재로서의 나로서 세상을 살아갈 힘을 가진다는 것이다. 이에 이제 막 세상 밖으로 나온 아이들에게 길러줘야 할 것은 자신의 힘으로 무언가를 해낼 수 있는 힘과 용기를 주는 것이 아닐는지. 그러기 위해서는 이 세상이 안전하며 행복한 꿈을 펼칠 수 있는 곳이라는 걸 보여줘야 할 것이다. 그러기에 부모로서, 교육자로서, 사회공동체 가족으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나로부터 우리 아이들의 행복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