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제주도정을 볼라치면 답답하다는 생각이 든다. 무슨 비전이나마 있는 지도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제주 경제를 이끌어 온 두 축인 감귤과 관광산업이 쇠퇴 일로를 걷고 있음이 어제오늘의 일도 아니건만 뾰족한 대책 하나 내놓지 못한 채 제주도의 장래를 오로지 국제자유도시에 걸고 있는 듯이 보이기 때문이다.
감귤의 경우 개방화에 따른 외국산 오렌지의 범람으로 크게 위축되고 있는 가운데 폐원과 간벌에서 그 활로를 찾고 있다. 그러나 폐원을 실시한 감귤원들은 마땅히 재배할 대체작물을 찾지 못해 대부분 놀리고 있을 뿐 아니라, 1/2간벌도 실적이 부진하기만 하다.
관광산업은 어떤가. 항공료 인상으로 가격 경쟁력을 상실해 제주관광보다는 상대적으로 비용이 헐한 금강산이나 국내 다른 관광지, 또는 동남아 등이 선택되고 있다.
지난 해 설정한 관광객 500만 시대도 그 문턱을 넘지 못하는 가운데 제주도는 실적 채우기(?)가 쉬운 ‘수학여행단 유치 및 스포츠 관광 활성화’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관광객 유치에 나서고 있지만 큰 기대를 걸기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이런 과정에서 제주도정은 ‘국제자유도시’를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이것도 이미 제주국제자유도시와 그 알맹이가 비슷한 인천 등 다른 지방 경제특구와 경쟁관계에 놓이면서 차별화도 어렵게 됐다. 게다가 국제자유도시를 견인할 7대 선도 프로젝트니 하는 것들도 부지 하세월(不知何歲月) 아닌가.
흔히 21세기는 ‘하드파워’시대가 아니라 ‘소프트파워’의 시대라고 한다. 제주는 ‘천혜의 자연’이란 하드파워를 갖고 있다. 여기에 다양한 소프트파워를 제공하는 발전 전략을 세우지 않고서는 ‘동북아의 허브’라는 구호도 한낱 한 여름밤의 꿈이 될 지 모른다.
이제 도민들이 안심하고 종사할 수 있는 새로운 소득원 개발이 시급하다. 국제자유도시도 그것과 병행할 때라야 도민들의 호응을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