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액의 보조금 횡령 사건이 또 터졌다. 제주지방 해양경찰청은 한 어촌계가 수산자원 증식을 위해 새끼소라 30t을 방류하겠다고 속여 보조금 1억5천만 원을 가로챈 혐의를 잡고 수사 중이라고 한다.
해경에 따르면 이번 횡령사건은 한통속이 된 어촌계와 수산업체, 그리고 담당공무원의 허술한 관리 감독에 의해 이뤄졌다는 것인데 “눈먼 보조금” 혹은 “보조금은 먹는 자가 임자”라는 그간의 비아냥들이 헛된 소리만이 아님을 말해 주고 있다.
현재 횡령 혐의를 받고 있는 이 어촌계는 수산자원 증식을 위해 새끼소라 30t을 바다에 방류한다는 조건으로 제주시로부터 1억5000만 원의 보조금을 받았다. 그럼에도 이 어촌계는 한 수산업체와 짜고 일본 수출용 새끼소라를 방류용 소라로 위장시켜 담당공무원이 증빙서류용 사진을 찍고 난 뒤 방류를 하지 않고 몰래 수출업체에 되돌려 주고는 보조금만 가로챘다는 것이다.
더구나 횡령한 보조금 1억5000만원 중 600만원은 한통속인 수산업체에 수수료 명목으로 지불하고 나머지 1억4400만원은 어촌계원 40명이 나눠가졌다니 과연 ‘눈 먼 게 보조금’이요, ‘먼저 먹는 자가 임자’인 것이 보조금이란 말인가.
각종 보조금을 가로챈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아니, 처음이 아니라기보다 너무 자주 일어나고 있다. 숨겨지지 않고 겉으로 드러나 사법처리 된 것만도 여러 번이다. 보조금의 성겪도 수해복구비, 저소득층 지원금, 어촌계 보조금 등 가지가지다. 심지어 공무원이 관련된 경우도 없지 않았다.
보조금 횡령사건에 관한한, 관련 업체나 개인에게만 책임을 물을 일이 아니다. 행정기관 내지 담당공무원들이 보조금 관리 감독을 철저히 하고, 지출과정에서 현지 확인과 실사(實査)만 완벽하게 하더라도 얼마든지 예방할 수가 있다. 이번 사건만 하더라도 새끼전복 사진만으로 증빙을 삼으려 하지 말고 바다에 직접 방류하는 사진 촬영은 물론 그 현장을 확인한 후에 보조금을 지출했더라도 ‘눈먼 보조금’ 신세는 면했을 것이다.
해경은 이번 사건을 철저히 파헤쳐 어촌계-수산업체-공무원 간의 관련 여부까지 밝혀내기 바란다. 그리고 횡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형사처벌은 물론 당연히 가로챈 보조금도 회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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