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각 지방자치단체에 지원하는 국고는 국민이 낸 세금으로 이뤄진 것으로, 특히 자주 재정이 취약한 지방자치단체들은 앞 다퉈 한 푼의 국고라도 더 얻기 위해 정부를 상대로 치열한 로비를 벌인다. 그런데 재정 여건이 취약한 제주도가 굴러 들어온 국고도 사용하지 못한 채 반납하는 이해하기 어려운 행정을 하고 있다. 물론 국고는 엄격한 지원기준과 조건이 있기 때문에 제주도가 마음대로 규정을 바꿔 지원할 수는 없겠지만, 국고반납이라는 그 자체만을 놓고 볼 때 분명 바람직한 행정행태만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정부는 연안 어족자원 고갈을 막고 어선 어민들의 대외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1999년부터 근해어선 감척 사업을 추진해 오고 있다. 이 사업은 말 그대로 어선 매각을 희망하는 어민들로부터 통째로 어선을 사들임으로써 해당 어선을 조업현장에서 배제해 어족자원을 보호하는 것이다.
그런데 제주도는 2011년 사업비 12억3800만원을 들여 어선 5척을 감척한 뒤 2012년과 지난해에는 한 척의 어선도 감척하지 못했다. 제주도는 이에 따라 2012년 30억원의 국고를 반납한 데 이어 지난해에도 사업비 20억원을 정부에 반납했다. 이처럼 감척 사업이 흐지부지되면서 근해어선은 2011년 283척에서 2012년 284척으로 오히려 늘어나 그동안 추진해 온 어선 감척 사업의 빛이 바래고 있다.
현재까지 드러난 결과 어선감척 사업이 이처럼 부진을 면치 못하는 것은 어민들이 감척 대가로 받는 보상금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제주도가 과연 이 같은 어민들의 ‘민심’을 제대로 알고 있느냐는 점이다. 더 나아가 제주도가 이 같은 문제점을 알면서도 그에 대응하는 지방 정부 차원의 대응책을 제시하지 못했다면 이는 제대로 된 행정이 아닐 것이다.
제주도의회가 최근 제주도를 상대로 실시한 올해 업무보고에서 한 의원은 “근해어선 감척 사업이 활기를 띠려면 보조금을 현실에 맞게 책정하는 등 다각적인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질책했다. 제주도 수산당국은 이제라도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 신속하게 대책을 마련해 어선 어민들이 사업 참여를 이끌어 내는 한편 어선 감척 사업을 통해 연안 어족자원 보호에 나서야 한다. 연안 어족자원 보호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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