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가 아픈데 왜 손발에 침을 놓을까?
허리가 아픈데 왜 손발에 침을 놓을까?
  • 제주매일
  • 승인 2014.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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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승현(제주시 동부보건소 한방내과 전문의)
▲ 곽승현(제주시 동부보건소 한방내과 전문의)

침 치료를 하다 보면 많은 환자분들께서 거의 공통적으로 궁금해 하시는 것이 있다. 바로 ‘아픈 곳에다 푹 찔러주면 금방 나을 것 같은데 왜 아무 상관없는 부위에 침을 놓을까?’ 하는 것이다. 우선 급한 대로 침대에 누워서 침을 맞고는 있지만 환자분의 머릿속에는 침 자리에 대한 의문과 의사의 실력 혹은 성의에 대한 의심이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이 상황에서 환자분들께서 대응하는 방식은 제각각인데 활달한 성격을 지니신 분들은 ‘나는 허리가 아픈데 왜 손발에 침을 놓느냐?’며 직설적으로 물으시고, 보통의 분들은 의사가 자신의 증상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 여겨 자신의 증상을 다시 한 번 천천히 설명하신다.(실제 진료실에서는 이 경우가 가장 많다.) 그리고 조용한 성격의 분들은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체념하고 의사에게 본인의 몸을 맡긴 채 침을 맞는다.
그렇다면 한의사는 허리가 아프면 그냥 허리에나 침을 많이 꽂아주지 왜 손발에 침을 놓아서 이런 분란을 만드는 것일까?
옛날 옛적에 어두운 방안을 밝히기 위해서는 호롱불의 심지에 직접 불을 붙여야만 했다. 그러나 전기가 발명된 이후에는 전등을 직접적으로 만지지 않고서도 전등과 연결된 전기 스위치를 누름으로써 천장의 전등에 불을 환하게 켤 수 있게 되었다. 의학의 발달 과정도 이와 비슷하다. 원시시대에서부터 인류가 경험한 다양한 의학적 지식들이 축적되면서 의사들은 아픈 곳만 쳐다보던 관점에서 벗어나 인체 각 기관 사이의 연결 관계를 파악하게 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아픈 부위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 침을 놓는 방식으로도 병을 치료할 수 있게 되었다.
‘경락’이라는 말을 한번쯤은 들어보셨을 것이다. 경락은 태국 마사지, 오일 마사지와 같이 마사지의 한 종류를 지칭하는 말이 아니다. 경락은 기혈이 운행하는 통로이자 몸속에 위치한 오장육부의 상태가 몸 밖으로 드러나는 반응노선이다. 즉, 비유하자면 경락은 사람 몸이라는 복잡한 기계 안에 깔린 수많은 전선들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한의사가 침을 놓는 자리인 경혈은 전선 중간 중간에 위치한 전기 스위치와 같아서 전기 스위치를 껐다 켰다 하며 기계의 작동을 조절할 수 있듯이 한의사는 경혈에 침을 놓고 자극을 줌으로써 인체라는 복잡한 기계의 작동을 조절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한의학의 긴 역사만큼이나 한의사들이 환자를 치료하는데 사용하는 침법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다. 그리고 그 중에서 아픈 부위를 직접 자극하는 침법 또한 한의사들이 많이 사용하고 있는 침법 중 하나이다. 그러나 아픈 곳에서 멀리 떨어져 있기는 하지만 경락이라는 전선을 통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경혈에 침을 놓음으로써 병을 치료하는 치료법 또한 정통 한의학적 이론에 근거한 치료임에 분명하다. 그러므로 이 글을 끝까지 읽으신 분이라면 혹시라도 나중에 한의원에서 침 치료를 받으실 때 한의사 선생님이 아픈 부위와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부위에 침을 놓더라도 절대 당황하지 않으시길 빈다. 더불어 치료 과정에 대해 궁금하거나 의심나는 점이 생긴다면 절대 담아두지 마시고 그 때 그 때 의사에게 질문하여 반드시 해소하시길 부탁드린다. 환자에 대한 자상하고 세밀한 관찰과 정확한 진단, 성의를 다한 치료는 의사의 의무이지만 의사에 대한 신뢰, 치료에 대한 협조 및 적극적인 참여, 생활 습관 관리는 현명한 환자가 지녀야 할 덕목이다. 의사와 환자간의 적극적인 소통과 상호 이해를 통해 서로 믿고 격려해 나간다면 치료의 결과는 극대화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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