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술협회를 비롯한 범(汎) 미술계가 최근 ‘건축물에 대한 미술장식품 제도’ 개선안을 마련하여 정부에 제공키로 함에 따라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른바 ‘1%법’으로도 불리는 ‘건축물에 대한 미술장식품 제도’는 공공건축물을 지을 때 건축비의 1%를 미술장식품(회화, 공예, 조각, 벽화, 상징탑 등의 환경조형물) 설치에 사용케 함으로써 작가들의 창작 의욕을 북돋우고 도시환경을 아름답게 가꾸자는 의미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하긴 그 비율이 지금은 0.7%로 낮아져 버렸지만…….
사실 사람들이 떠올리는 도시 이미지는 교통혼잡과 공해, 그리고 회색 빛 콘크리트와 검은 아스팔트 정글일 터이다. 그래서 삭막한 도심을 미술품으로 치장하려는 법안이 마련된 것이라 하겠다.
질적 저하 등 문제점 많아
이것은 환경미술 혹은 환경조형물이라는 새로운 개념으로 우리에게 다가왔고 미술진흥과 도시 미화의 명분아래 점차 도심의 생활공간 속에 자리잡게 되었다. 제주시내에도 새로 지어지는 공공건물 등에서 이 같은 환경조형물을 낯설지 않게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이들 조형물은 그것의 긍정적인 입법취지나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긍정적인 평가보다는 부정적인 평가에 기울고 있음은 웬 일일까.
‘건축물에 대한 미술장식품 제도’는 1982년에 처음으로 시행된 이후 최근 들어 이 법안에 대한 개선 여론이 폭넓게 제기돼 왔으며, 문화관광부에서는 지난 해 자체적으로 개선안을 마련한 바 있다.
그러나 정부의 개선안은 미술인들의 의견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거센 비판이 일었고, 급기야 한국미협과 한국공공미술협회, 화랑협회 등 범 미술계의 17개 단체가 지난 해 12월 공청회까지 열며 새로운 대안을 마련하기에 이르렀다. 지난 달 확정된 이 대안은 정부에 제공돼 최종 법안을 도출하는데 범 미술계안으로 참조될 예정이라고 한다.
여기서 지금까지의 법안 운용에 대한 문제점으로 지적된 것은 담당 공무원의 전문성 부족, 작품의 질적 저하와 지나친 편중현상, 공공미술로서의 공공성 확보 미흡, 심사제도의 투명성과 공정성과 공모내용의 공정성 확보 문제 등이 꼽혔다.
'공공미술위원회' 설립 제안
이에 따른 미술계의 개선안은 우선 ‘공공미술위원회’의 설립이 제안됐다. 이를 통해 현재 전국 지방자치단체에서 시행중인 허술한 규정에서 벗어나 전문성을 확보하고 이의 효율적 운영을 통해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자는 것이다.
다음으로 눈에 띄는 것은 ‘에이전시(Agency) 등록제’라 할 수 있다. 이는 지금까지 미술장식품 뿐 아니라 공공미술 전반에 걸친 시행과정에서 보였던 덤핑계약 등의 부정사례나, 시행기준의 준수, 제반 행정처리 및 관리 등의 사안에서 공정성, 투명성은 물론 신속한 처리와 업무상의 연계성을 위하여 응모단계에서부터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이제 문화관광부는 이 대안이 미술인 대부분의 의견임을 바로 보고 ‘미술장식품 제도’의 최종 법안에 적극 반영해야 할 것이다. 외국의 경우 이와 같은 제도의 운영으로 도시환경의 개선에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을 뿐 아니라 문화시대로 나아갈 수 있는 새로운 장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음도 감안하기 바란다.
따지고 보면 공공미술은 미술과 일상을 이어주는 다리와 같은 것이며, 적극적으로 도시의 시각적 환경에 개입하여 미술과 도시, 그리고 도시인의 관계를 새롭게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미술장식품이 법제화에 이르게 된 가치만큼이나 도시환경은 우리 모두의 문제임을 먼저 인식하고 공익적 예술가치 창출을 위한 전문적인 미술행정이 요구된다고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