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매일 문정임 기자] 입소대기자 명부를 기존 수기에서 온라인으로 관리하는 ‘어린이집입소대기관리시스템’이 오히려 불편을 낳고 있다.
비정규직 비율이 높은 제주에서는 맞벌이를 하면서도 이를 증명하지 못해 외벌이로 분류돼 피해를 입는 부모들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제주지역은 비정규직 비율이 47.4%로 전국 평균(35.7%/2013통계청)보다 높은데다 1차 산업과 자영업 종사자의 비율이 높아 서류상 외벌이들의 불이익이 크다는 지적이다.
가장 억울한 경우는 맞벌이지만 외벌이로 분류되는 부부다. 농업에 종사하지만 땅을 갖고 있지 않아 농지원부를 발급받을 수 없는 소작농이나, 공동사업자로 등록하지 않은 상태에서 한 가게를 함께 운영하는 부부 등은 서류상 외벌이로 돼 후순위자로 밀리게 된다.
현행 입소시스템은 장애·한 부모·기초·차상위·다문화가정 자녀를 포함해 맞벌이 자녀까지 1순위로 놓고 항목당 100점씩을 매겨 고득점 순으로 입소를 결정(동점의 경우 우선 신청자 순)하는 방식이다. 때문에 맞벌이에 포함되지 못한 외벌이들은 사실상 어린이집 선택권과 입소시기 결정권을 박탈당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저득점 부모들은 대기 순위가 밀릴 것을 우려해 여러 어린이집에 입소를 신청하게 되고 갑자기 여러 곳에서 입소확정 연락이 오면 어디를 보내야 할 지 혼란에 빠지게 된다. 입소가 확정됐어도 실제 아이가 반으로 편성되기 전 점수가 더 높은 대기가자 나타나면 이전 확정자의 결정이 번복되는 사례도 있다.
특히, 특정 어린이집의 입소확정을 취소하려면 부모가 미리 신청해둔 다른 대기 내역까지 한꺼번에 삭제돼 다시 일일이 대기자 신청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불만을 사고 있다.
어린이집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찔러보듯 여러 어린이집을 신청하는 학부모들이 많아지면서 허수의 학부모들까지 상대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특히 반 편성 시기, 오리엔테이션 날짜가 배정된 이후에도 고득점자가 나타나면 갑자기 아이가 바뀌는 상황이 발생한다.
제주지역에 어린이집입소대기관리시스템이 시행된 지 3개월. 그러나 회원 수 5만 명이 넘는 제주지역 엄마들의 인터넷 카페에는 새로운 입소제도가 제주지역 실정에 맞지 않다며 불편을 호소하는 글들이 계속해 올라오고 있다.
제주지역 온라인 맘카페의 한 회원은 “딸 입소가 확정돼 어린이집에 갔더니 원장이 오리엔테이션 날짜까지 잡힌 상황에서 이제야 왔다고 불편한 기색을 나타냈다”며 불쾌함을 드러냈다.
또 다른 회원은 “어린이집 15군데에 접수했지만 순번이 70~100번대라 기대를 접었다”며 “외벌이들은 집에서 아이를 키우라는 말과 같다”고 말했다.
한편 어린이집입소대기관리시스템은 올 상반기 중 서울을 제외한 전국에 전면 적용될 예정인 가운데, 제주와 부산지역에서 지난 11월부터 시범 운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