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3년 경상북도 구미시 역시 기존 매립장 포화에 따른 신규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당시 주민들 사이에서도 폐기물처리시설이 ‘혐오 시설’이란 인식이 강했기 때문에 신규 매립장을 물색하는 과정에서 주민반발로 실패를 거듭했다.
결국 구미시는 2004년 현금 100억원과 인근지역 100억원 상당의 복지시설 투자 등 ‘통 큰’ 인센티브를 내걸고 공모를 실시, 2005년 환경자원화시설(폐기물처리시설) 유치에 성공하게 된다.
이와 별도로 구미시는 기존 매립장 포화시기(2004)를 연장시키기 위한 노력도 병행, 신규 폐기물처리시설 건설 기간 동안 ‘쓰레기 대란’을 막을 수 있었다.
경상북도 구미시 산동면 백현리 산177-1번지에 위치한 예정 부지에는 400년 동안 마을을 지키던 주민 14가구가 살고 있었다. 환경자원화지설을 건설하기 위해선 주민 모두를 다른 지역으로 이주 시켜야 했던 만큼, 고향을 떠나지 않으려는 주민 설득이 구미시의 가장 큰 문제로 떠올랐다.
구미시 관계자들은 수백번이 넘는 주민들과의 대화를 통해 해당 시설이 혐오 시설이 아님을 설득했고, 마을 이주과정에서도 주민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는 등 이른바 신뢰 행정으로 주민들을 마음을 움직여 나간다.
이 과정에서 행정에 대한 주민들의 불신은 믿음으로 바뀌었고 매립장 가동 이후에는 환경자원화 시설이 ‘혐오 시설’이 아닌 ‘마을 발전 시설’임을 인식하기에 이른다.
구미시 환경자원화시설 권순원 과장은 “2003년에는 주민반대로 사업을 포기해야 했다”면서 “하지만 인센티브 공모 이후 3개 지역(면)이 유치를 신청했고, 이들 중 찬성의견(93%)이 가장 많았던 산동면으로 결정됐다”고 전했다.
이어 “유치 이후에도 매주 저녁 간담회를 열고,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했다”면서 “결국 이 문제는 행정과 주민간의 신뢰가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비 1736억원이 투입돼 2011년 가동을 시작한 구미시 환경자원화시설은 앞으로 55년간 사용할 수 있다. 또 하루 200t의 쓰레기 소각이 가능하며, 이때 발생한 여열을 이용, 하루 3000kw의 전기를 생산해 연간 약 8억원의 매전 수익도 얻고 있다.
시설 유치에 선공한 산동면 주민들은 우선 유치 인센티브 100억원 중 63억원을 태양광발전시설에 투자, 생산된 전기를 한전에 되팔아 연간 5억원(가구당 40만원)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당시 마을대책위원장이었던 박영기(58)씨는 “처음에는 ‘혐오 시설’이란 인식이 많았지만 행정과의 대화와 국·내외 선진시설 견학 등을 통해 주민들의 생각이 달라졌다”면서 “수백 년 살아온 고향을 떠나는 게 쉽지 않았지만 우리 땅을 후손들에게 넘겨준다는 생각으로 시설 유치를 허락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환경자원화시설 유치 이후 고향을 떠났던 박 씨는 한 달 전 이 시설 바로 아래로 다시 돌아와 생활하고 있다.
매립장 포화 5년 전부터 ‘쓰레기 대란’을 대비한 구미시의 발 빠른 대책과 주민들의 인식 전환이 폐기물처리시설 문제를 해결한 사례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이후에도 입지선정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의 현실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제주시의 경우 현 봉개동 매립장과 조천읍 교래리, 구좌읍 동복리 등 3곳의 후보지로 압축된 상황. 하지만 봉개동은 “매립장 포화 이후에는 현 시설을 사용할 수 없다”는 강격한 입장이다. 이에 제주시는 해당 지역 이외에 폐 채석장 부지를 활용 가능한 동복리를 조심스럽게 대체 후보지로 바라보고 있지만 이곳 역시 반대의 목소리가 높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여찬현 제주시 청정환경국장은 “문제 해결을 위해 지역주민들과의 꾸준한 대화를 나누며 설득을 하고 있는 만큼 조만간 결론이 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