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학생문화원 영재반 2년차 6세 이후 피아노는 나의 가장 친한 벗 매순간 느낌 기억해 섬세한 음악 만들고 싶어 |
[제주매일 문정임 기자] 제주학생문화원이 올해 3년차 예술영재수업에 들어간다.
현재 제주지역에서 영재교육을 실시하는 곳은 제주과학고 영재교육원과 제주국제교육정보원, 일선학교 영재반을 포함해 모두 32곳. 이중 예술 영재를 키워내는 곳은 제주학생문화원과 서귀포학생문화원 2곳뿐이다.
‘영재’의 범위가 기존 1%에서 5%로 확대되면서 포함되는 아이들의 수가 늘었지만 여전히 ‘영재 판정’을 받고 관련 교육 이수의 기회를 얻는 아이들은 소수다.
이중 제주학생문화원은 교사·학생추천위원회의 추천 및 검증, 영재성 검사, 학생문화원 심사 등을 거쳐 3단계를 통과한 ‘선별된’ 제주지역 예술영재들을 길러내고 있다. 한 해 수업이 끝난 뒤에는 다시 3단계 전형을 거쳐 차기년도 영재를 모집하기 때문에 이곳에서 두 해 이상 수업을 들을 수 있는 학생은 많지 않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제주학생문화원 음악영재 반에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한 백록초 6학년 박정우 군을 만났다.
정우 군은 6세 때부터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해 2학년이던 2010년도부터 각종 피아노대회에서 수상경력을 쌓아왔다. 제21회 서경전국학생음악콩쿠르 2학년 대상(2010), 제11, 12회 제주백록예술제 학년 대상(2012·2013) 등에 이어 지난해에는 제주대 아라뮤즈홀에 열린 세광음악경연대회에서 전체 대상을 수상했다.
▲ 건반을 사랑하는 아이
지난 12일 집으로 방문했을 때 정우 군은 피아노 앞에 앉아있었다. 악보도 없이 춤추듯 건반을 건들이며 경쾌하고 빠른 템포의 음을 소리내보였다. 줄곧 학원에 다니다 이달 초부터 개인레슨을 받고 있다. 강의 외에는 매일 2~3시간씩 혼자 부족한 부분을 연습한다. 체르니 40번을 마치고 슈베르트와 베토벤 집(集)을 연습하고 있다.
정우 군은 피아노의 소리가 마음에 쏙 든다고 했다. 시작은 엄마의 권유였지만 지금은 가장 친한 친구가 됐다. 종종 사람들은 음악이 위로가 된다는 말을 한다. 어린 친구들에게도 삶의 희로애락이 있을까, 위로를 알까. 혹시 하고 물었더니 “어리니까 더 외롭지 않을까요?”라는 당찬 대답이 돌아왔다. “슬플 때 아무렇게나 건반을 쳐봐요. 그러면 내 마음이 일기를 적는 것처럼 피아노 소리로 표현이 되는 것 같아요.” 기분이 좋을 때에도 아닐 때에도 피아노는 항상 아름답다.
▲ 내 꿈은 세계적 음악가
정우 군의 꿈은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다. 지금 피아노를 배우는 것은 잘 알아야 좋은 피아노곡을 작곡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가 내리거나 눈이 올 때, 차가운 바람이 불 때, 무더운 여름 바닷물에 풍덩 몸을 던졌을 때 일상의 모든 기분을 어떻게 소리로 표현할까 생각에 잠기는 때가 많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경험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눈밭을 걷는다고 생각하면요. 뽀드득뽀드득 눈을 밟는 소리가 있을 것이고 바람이 세차게 부는 날이면 바람 소리도 있을 거잖아요. 이런 눈밭을 제가 걸어보지 않고서는 그 상황에서 나는 섬세한 소리와 기분을 표현하기 힘들겠죠.”
음악을 제하고는 사회과목을 가장 좋아한다. 5학년 때 배우는 사회 과목이 역사라 더 좋다고 했다. 역사를 좋아한다면 전공을 바꿀 수도 있는지 묻자 “역사를 좋아하면 시대가 반영된 작곡가의 마음을 더 잘 알고 더 깊이 있게 연주할 수 있다”는 우문현답이 돌아왔다.
▲ 경험이 스승
제주학생문화원에서의 영재수업은 정우 군이 음악을 폭넓고 즐겁게 알아가는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매주 여러 명의 교사들로부터 음계·음정·음악 역사 등의 이론과, 기악·성악 등의 앙상블 실기, 전공 파트 연습을 배우고 있다. 몸으로 하는 타악기 연주 교수법(오르프 음악)과 컴퓨터 음악 수업도 새롭다.
지난 금요일부터 정우 군은 봄방학에 들어갔다. 이제 6학년. 올해도 1주일에 두 번 있는 개인수업과 매주 토요일 3시간씩 마련되는 영재수업을 통해 부지런히 피아노와 친해져야 한다.
꿈을 물었다.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인거죠?”
그러자, 이전까지 수줍게 말하던 자그만 입술에서 “그냥 음악가가 아니라 ‘세계적’인 음악가에요”라는 말이 우렁차게 튀어나왔다.
“꼭 세계적인 사람이 되고 싶어요. 지금은 유명한 음악가들의 공연을 객석에서 보고 있지만 언젠가 사람들이 제 공연 보러 올 날을 기다리고 있어요. 어린 나이에 꿈이 있다는 건 그만큼 준비할 시간이 많다는 거잖아요. 열심히 해서 꼭 꿈을 이룰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