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간 고구마, 유채 등은 지난 시절 제주도의 환금작물이다.
1970년대 이후 감귤이 이를 대신했고 생활형편이 전반적으로 향상되면서 관광산업도 본궤도에 올랐다.
내수경제에 의존하는 소규모 경제 단위인 제주도가 말 그대로 '전성기'를 구가한 셈이다.
2000년대 들면서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수년 째 열세를 면치 못하는 감귤산업은 농가를 옥죄고 있으며 관광업체도 폐업하는 사례가 줄을 잇고 있다.
이러한 모습은 외부의 영향에 비롯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WTO체제로 인한 외국산 오렌지의 범람은 감귤산업을 위축시켰고 항공료 인상으로 제주 여행보다 헐 한 동남아 여행 상품이 등장하는 실정이다.
여기에 고속철 운행, 육로를 포함한 금강산 여행 등이 겹쳤으며 북한은 앞으로 수 곳을 추가 개방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제주도의 현 주소는 전국 16개 시. 도중 1인당 GRDP 하위권.
더욱이 향후 나아질 조짐도 없다.
국제자유도시가 건설되면 모든 도민이 전국 평균이상의 소득을 올리면서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을지 여부가 절박해진 이유다.
▲감귤과 관광산업의 한계
최근 제주도 농정의 최대 현안은 1/2간벌이다.
4000ha 간벌 목표를 세운 제주도정은 이달 말까지 이를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폐원에 이은 간벌사업의 배경은 '면적을 줄여 생산량을 줄이는 동시에 고품질 감귤 생산으로 제 값을 받자는 것'이다.
반면 폐원을 실시한 감귤원 대부분은 놀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소득을 보장 할 수 있는 대체작물을 찾지 못하는 탓'으로 나타났다.
또한 한라봉 생산에 나선 농가는 '나날이 오르는 국제유가'에 한숨만 내쉬고 있다.
도내 가온 작물 생산비의 30%, 가온 감귤의 경우 70%에 육박한다는 면세유 부담 때문이다.
이에 제주도 농정당국은 연료를 사용하지 않는 비가림 시설재배면적 확대에 중점을 두고 있다.
하지만 FTA, DDA가 제주 농업을 위협하는 가운데 지금 모습의 농업으로는 한계에 이르렀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관광산업도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제주에어의 출범을 부른 양대 항공사의 잦은 항공료 인상은 '가격 경쟁력'상실이라는 결과를 초래했다.
비싼 돈을 들이는 제주 관광보다는 금강산이나 강원도, 동남아가 선택되고 있다.
제주도 관광당국은 올 들어 '수학여행단 유치 및 스포츠 관광산업 활성화'라는 슬로건을 내 걸고 관광객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관광산업 중흥'에는 못 미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국제자유도시 추진은 타당하지만 올인은 무모하다.
이제는 개방화, 세계화라는 단어와 떨어져 살 수 없다는 점에서 국제자유도시추진은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러나 도민들은 '국제자유도시'가 가져 올 결과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가 추진하는 7대 선도프로젝트를 들여다보면 어느 정도 유추해석이 가능하다.
첨단과학기술단지의 IT업체 유치를 비롯해 쇼핑 아웃렛 설치, 예래동 휴양형 주거단지 건설 등으로 제주 경제의 외형이 불어난다는 점은 뚜렷한 것으로 분석됐다.
추진과정에서 발생한 토지주와의 갈등은 논외로 치더라도 쇼핑 아웃렛은 '기존 상권의 몰락'이라는 반대급부를 동반한다는 것이 '반대대책위'의 주장이다.
결국 국제자유도시도 '골프장'처럼 도민들의 '삶의 질 향상'과는 무관할지도 모른다는 관측이 제기되는 것도 당연시된다.
▲제주도민이 함께 할 수 있는 소득원 개발이 시급하다.
감귤산업이나 관광산업은 제주 경제의 대동맥이다.
그 이유는 거의 모든 도민이 이 산업으로 직. 간접적인 소득을 얻는 탓이다.
특히 감귤은 '그 해 가격이 도지사 당락을 좌우한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도민들에게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도민이 싫든 좋든 간에 '국제 농업환경의 변화'에 의해 사양길에 접어 든 것은 부인못 할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축산업, 양식 수산업 등이 새로운 소득원으로 성장, 그나마 숨통을 트고 있다.
기존 산업의 내리막 추세에 대비한 국제자유도시 건설과 함께 이 분야를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견해가 팽배하다.
부산대학교에 설치되는 농업대학의 육종학 전문인 조모교수는 "제주도는 축산분야는 전국에서 가장 적합한 장소라는 것이 국내 학계의 공통된 의견"이라고 전제 한 뒤 "제주도가 집중 육성할 계획인 BT산업도 이 분야에서 경쟁력을 지닐 수 있다"면서 "도민 전체의 소득원 구실을 하는 동시에 제주를 한 단계 올려놓을 수 있는 농업분야"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