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 공론화 체육고, 기관갈등에 싹 못 틔워
'반쪽' 공론화 체육고, 기관갈등에 싹 못 틔워
  • 문정임 기자
  • 승인 2014.02.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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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체육회 추진배경에 '정치적 의도' 시선
도교육청도 근거없이 시기상조 주장만
‘체육고 설립’을 놓고, 체육계와 교육계가 설립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정작 상호간 진지한 논의는 외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10일 설문대여성문화센터에서 제주도체육회가  '체육고 설립 기초조사연구 관련 공청회'를 열자 (사진 왼쪽), 제주도교육청은 11일 도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체육고 설립에 대한 도체육회의 일방 행보에 반대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사진 오른쪽).

[제주매일 문정임 기자]   ‘체육고 설립’을 놓고 체육계와 교육계가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상호간 진지한 논의는 외면하고 있다.  

제주대에 용역을 의뢰하며 체육고 설립에 적극 나서고 있는 제주도체육회(회장 우근민 지사)에 ‘정치적 의도가 깔렸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도교육청에는 ‘명확한 근거 없이 불가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는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제주도교육청은 11일 오전 교육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10일 도체육회가 마련한 ‘체육고 설립 기초조사연구 관련 공청회’에 대해 불쾌한 입장을 드러냈다.  

강위인 교육국장은 “체육고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여건상 추진은 어렵다”며 ▲800억원 가량의 설립 예산 ▲연간 수십억 원에 달하는 운영비 ▲학생 수요 저조를 주된 이유로 꼽았다.  

강 국장은 특히 “현재 (제주지역 체육고에 준하는)남녕고 체육학급이 정원(120명, 현원 108명)을 다 채우지 못 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낮은 수요가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교육청의 입장은 명확한 자료를 토대로 산출된 근거가 아니어서 설득력이 약하다는 지적이다.  

‘800억원이라는 설립 예산’은 지난해 설립된 ‘울산스포츠과학중·고’의 예산(880억여원)을 그대로 차용한 것. 하지만 취재결과 울산시교육청이 체육고 신설에 투입한 실제 비용은 670억원으로 확인됐다.

여기에 전체 예산의 30%를 토지수용비(약 3.3㎡당 180만원)로 지출, 울산지역 땅값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제주지역 체육고 설립에는 이보다 훨씬 적은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도교육청의 주장에는 이 같은 세심한 변수가 반영되지 않았다.  

학생수요가 적을 것이라는 도교육청의 주장에도 ‘제주지역 엘리트 운동선수’만을 수요 대상으로 한정해 생각하기 때문이라는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울산스포츠과학중·고의 경우, 운동선수를 길러내는 ‘스포츠 전문과정’을 ‘전국 단위’로 모집하고, 일반학생을 대상으로 마케팅·경영·재활 등 스포츠전문가를 키워내는 ‘스포츠 인재과정’을 설치하는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수요 발굴에 매진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각에서는 도교육청이 두루뭉술한 이유를 들어 체육고 설립 불가방침만 고수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체육고 설립 논란이 장기간 이어져온 만큼 이제는 자체 용역 발주 등의 객관적인 근거를 토대로 도교육청이 반대 여론 설득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편 기초조사 연구용역을 발주하며 적극적으로 체육고 설립 분위기 조성에 나서고 있는 제주도체육회에는 체육고를 내세운 ‘정치적인 움직임’이라는 의혹이 뒤따르며 논의의 진전을 막고 있다.  

이 같은 비난은 도체육회회장이 현직 지사이고 6·4지방선거 도지사 출마를 앞두고 있다는 점, 우 지사가 그간 여러 공식자리에서 체육고 추진을 긍정적으로 얘기해왔다는 점에서 더욱 힘을 얻고 있다.  

복수의 체육계 관계자들은 “이 시점에서 단독으로 용역을 발주한 도체육회와, 반대만 하는 도교육청 모두 자신들의 입장만 고수하는 느낌”이라며 “제주학생과 제주지역 교육여건의 강화를 중심에 두고 ‘제주형 체육고’ 설립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면 좋겠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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