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멸의 전조일까?
자멸의 전조일까?
  • 신상범 논설위원
  • 승인 2005.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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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창한 봄날 다랑쉬 오름에 오르면 제주의 오름이 한눈에 들어온다. “저 오순도순 속삭이듯 둘러 앉아있는 오름들이 제주를 세계에 알릴 귀한 보배로구나”라고 상념에 젖어들다 갑자기 가슴 한가운데가 휭하게  뚫어지며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다랑쉬 오름에 서면 돝오름,안친오름,당오름,높은오름,아부오름,동거문오름,백약이오름,좌보미,손자봉,용눈이오름등 열개 오름이 서로 이마를 맞대고 속삭이는 것을 본다.
그런데 그 한가운데  제주를 숨 쉬게 하고 생명의 물을 만드는 곶 자 왈 이 허옇게 알몸으로 나뒹굴고 있다.

70만평의 거대한 위락단지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온천법상 섭씨 25도 이상의 물만 나오면 온천이란 규정을 철저히 악용하고 행정당국은 철저히 개인의 영리만을 챙겨주고 있는 현장이다. 화산지대인 제주는 요즘 굴삭기 기술발달로 땅속 2000미터만 파면 이정도의 물은 어데서 나 나온다. 이 지역은 제주의 오름 군이 가장 밀집되어 있는 곳이다.
 제주를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 하려는 지역이다. 이런 곳에 어떻게 제주도가 이런 개발허가를 하여 줄 수 있을까? 소위 제주의 환경전문가들도 모여 앉아  의견을  냈을 것이다.
자기 도끼로 자기발등 찍는다는 말이 있다. 자기 발 찍어 절름발이 되고 앉은뱅이 되어 영원한 불구자를 만들고 있는 현장은 이곳 뿐 아니다.

요즘 도민의 여론이 들끌고 있는 대한항공의 지하수 사유화 사업을 비롯하여 화순항 개발, 한라산 천연보호구역에 케이블 카 설치계획, 모노레일 건설계획, 해안 매립과 도로건설계획,  지하수 생산지대인 곶 자 왈 지대 골프장 허가 등 제주의 생명적 자원은 모조리 헐뜯어 내려고 악을 쓰는 형상이다.
제주도는 국제자유도시건설 ,세계 평화의 섬 지정 이 제주의미래 라고 떠들고 있다.
제주도 당국은 정말 제주의 미래를 보장하는 정책이 무엇인가를 모르고 있는 것 일까 ?
걸핏하면 여론을 들먹이며  발뺌한다.  무책임의 극치다. 지도자는 넓고 길게 미래를 보고 이를 결단하고 실천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함은 새삼스런 이야기다.

지금 세상은 무한경쟁의 시대다. 지역과의 경쟁은 물론 세계와의 전쟁시대다. 다른 곳을 흉내내는 것은 정책이 아니다. 다른 지역에서 할 수 없는 제주 것을 찾는 정책이 급선무다. 대한민국정부가 이름 붙여준 국제자유도시나 세계평화의 섬이 제주를 살리는 길이 아니다. 세계인들이 스스로 찾아가고 싶고 경제 문화 예술 학문 등을 자유로이 구사할 수 있고 그곳에 가면 자연환경과 문화 ,사람들이 모두 평화로움을 느낄 수 있어야 진정한 국제자유도시,평화의 섬이 될 수 있다.
제주도와 정부가 추진하는 세계 자연유산 지정도 전제조건은 지역 사람들이 얼마나 자연유산에 대한 인식을 하고 있느냐가 검증되어야 한다.

우리속담염 버린 돌이 주춧돌이 된 다”는 속담이 있다. 장자는 “세상에서 크게 쓰이지 않은 것이 도리어 크게 쓰 인다”(無用之用 )고하며 “자연은 쓰지 않고 그냥 놓아두는 것이 최고의 가치다.” 설파하였다. 장자는 2300여 년 전 사람이다. 자연그대로 살던 시대이다. 지금은 자연그대로 남아있는 것이 별로 없는 세대이다. 자연을 더 그리워 할 세대이다.
그런데 이 시대 사람들이 더 자연을 모르고 있는 것이다. 자멸의 전조일까? 지구가 심상치 않은 것 같이 우리 제주도 심상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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