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기상청은 현대식 시설과 업무 공간 확보를 위해 숙원사업인 신청사를 건축키로 하고 2012년부터 준비를 해 왔다. 총사업비 108억 원을 들여 제주시 일도1동 1186번지 감리교회 부지에 지하 1층 지상3층 연 건평 3275㎡의 새로운 청사를 건축키로 한 것이다. 이미 부지 매입이 끝났고, 건축허가까지 나온 상태다.
하지만 최근 문제가 생겼다. 기상청 신축부지가 유적지인 공신정(拱辰亭) 터임이 밝혀진 것이다. 공신정은 1653년 공신루(拱辰樓) 시절까지 포함, 일제(日帝)가 신사(神社)를 짓기 위해 1928년 철거 할 때까지 300년 가까운 세월을 이어 온 역사의 현장이다. 30년 계획의 제주성(濟州城) 복원을 위해서도 훼손 돼서는 결코 안 될 장소인 것이다.
유적지 관리청인 제주도와 기상청이 맞설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렇다고 기상청만을 나무랄 수도 없다. 부지 매입과 건축허가가 나온 데다, 청사 신축 장소를 옮긴다면 현 위치에서 100년간 모아온 기상자료가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엊그제 실마리가 풀렸다. 제주도와 기상청이 아직 완전한 합의에 도달한 것은 아니지만 기상청 신청사를 공신정 복원 장소와 완전히 겹치는 것을 피해 인근에 건축하는 쪽으로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그럴 경우 제주기상청 100년 자료 보존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
만약 현재 협의 중인 내용이 합의될 경우 문화재청도 동의해 줄 것으로 보여 공신정을 포함한 제주성 복원에도 탄력을 받을 것이다.
기상청으로서는 여러 가지 위험부담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합의에 근접할 정도의 협의를 해 준 것은 큰 용단이 아닐 수 없다. 이제 남은 문제는 100년 기상자료의 멸실을 최대한 줄이면서 보존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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