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상봉 무산된 이후 여전히 불안감
“준비한 선물도 그대로···반드시 성사됐으면”
오는 20일부터 25일까지 금강산에서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열린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이종신(73·제주시 삼도1동)씨는 기뻐하면서도 내심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해 9월 제주에서는 유일하게 이산가족 상봉자 최종 명단에 이름을 올려 65년 만에 친형인 이종성(85)씨를 만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만남이 불과 나흘 앞두고 무산되면서 실망감이 컸기 때문이다.
당시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을 일방적으로 연기하기 전까지 이씨는 아내 문옥선(71·여)씨와 아들, 그리고 여동생 이영자(70·여)씨 부부와 함께 형을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밤잠까지 설쳤다.
이씨는 “형과의 재회를 앞두고 준비한 선물도 포장을 뜯지 않은 채 아직 그대로 있다”며 “이산가족 상봉이 무산됐을 때도 혹시나 하는 생각에서 다음 만남을 기약하며 간직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무엇보다 그 사이 연로한 형의 건강이 나빠지지는 않았을까 걱정이 앞서는 데다 혹여 나오지 못할까봐 마음을 졸이고 있다.
그는 “10살 더 어린 저도 몇 달 사이 건강 상태가 부쩍 안 좋아졌는데 형님의 몸 상태가 걱정된다”며 “특히 겨울이면 날씨도 많이 추울 텐데 감기에 걸리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이 든다”고 했다.
형님을 만나면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다는 이씨는 “무엇보다 먼저 그동안 어떻게 살았는지 물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의 아내는 “지난해 이산가족 상봉이 무산된 이후 남편이 마음 고생이 심하다 보니 건강이 급격히 나빠진 것 같다”며 “이번에는 이산가족 상봉이 꼭 좀 성사됐으면 좋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한편, 이씨는 1950년 6·25 전쟁이 터진 이후로 형과 연락이 완전히 끊겼다. 형의 행방을 알 수 없게 되자 이씨는 고향인 제주시 애월읍 유수암리에 형의 묘비를 세우고 생일인 8월 26일마다 제사를 지내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