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외권 더 심각···전신주나 승강기 고유번호 도움
[제주매일 김동은 기자] 관광객 정모(31)씨는 지난해 올레길을 혼자 걷던 도중 갑작스럽게 다리를 다쳤다. 당시 정씨는 휴대전화를 이용해 119에 신고했지만 초행길이다 보니 정확한 위치를 설명하느라 진땀을 빼야만 했다.
휴대전화를 이용해 119에 화재·구조·구급 신고를 할 때 신고자가 정확한 위치를 몰라 출동이 지연되는 일이 적잖게 발생하고 있다.
특히 휴대전화 발신지 주변 기지국을 중심으로 신고자의 위치를 확인해야 하는 등 촌각을 다투는 긴급 상황에서 신속한 대처가 쉽지 않다 보니 소방대원들이 애를 먹고 있다.
4일 제주도 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119종합상황실에 접수된 신고 건수는 모두 18만7387건이다. 이 중 무선전화(휴대전화)를 이용한 신고 건수는 11만2414건으로, 유선전화 7만4973건 보다 1.5배 가까이 많다.
유선전화로 119에 신고하면 KT에 등록된 번호의 주소가 119상황실 내 시스템에 나오게 된다. 전화가 도중에 통화가 끊기더라도 연결과 동시에 주소 확인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대원들은 유선전화로 신고가 접수될 경우 정확한 주소 등의 정보를 바탕으로 현장에 출동해 빠르게 조치할 수 있다.
반면 휴대전화는 발신지 주변 기지국을 중심으로 신고자의 위치를 파악해야 하다 보니 출동이 지연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더구나 시내권과는 달리 중산간 지역 등 시외권에는 기지국 개수가 부족해 정확한 위치를 추적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게다가 지리를 잘 모르는 관광객의 경우 일반 시민 보다 위치를 파악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휴대전화로 신고가 접수되면 119상황실에서는 신고자의 말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등 정확한 위치 파악에 적잖은 애를 먹고 있다.
소방안전본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 “신속한 출동을 위해서는 신고자가 주소를 알고 있어야 한다”며 “주소를 잘 모를 경우 전신주나 승강기 고유번호 등을 알려주면 위치를 파악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