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 김충복씨 설 맞아 간절한 동생 생각
도내 569명 이산상봉 신청 “만나게 해주세요”
도내 569명 이산상봉 신청 “만나게 해주세요”

제주시 이도2동에 사는 김충복(91·여)씨는 요즘 북에 있는 고종사촌 동생인 문순옥(87세 추정·여)씨의 얼굴이 자꾸만 아른거린다.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이 코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평안북도 자성군 중강면이 고향인 김씨는 해방 이듬해인 1946년 2월 태어난 지 갓 100일된 딸을 업고 38선을 넘어 제주로 왔다.
제주에 내려온 후로는 북에 있는 가족 누구와도 연락이 닿지 않았다. 김씨는 어머니는 이미 돌아가셨을 것으로 여기고 고모의 딸인 순옥씨를 찾기 위해 아들을 통해 이산가족 상봉 신청을 했다고 한다.
무남독녀인 김씨에게 있어 순옥씨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착하고 예쁜 동생이었다. 순옥씨와 함께 했던 기억을 떠올려보지만 세월이 많이 흘러 이제는 가물가물하기만 하다.
김씨는 “만약에 순옥이를 다시 만나게 되면 손이라도 붙잡고 그 동안 어떻게 살았는지, 어머니는 언제 돌아가셨는지 물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고향 중강면이 추운 곳이다 보니 겨울만 되면 순옥이 생각에 마음이 많이 아프다”며 “따뜻한 겨울 옷을 여러 벌 사주고 싶은 생각밖에 없다”며 한참을 말을 잇지 못했다.
6·25 전쟁으로 남북이 분단된 이후 1985년 처음으로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졌다. 첫 상봉 이후 15년이 지난 2000년 6·15 정상회담에 따라 이산가족 상봉이 재개됐다.
이에 따라 김씨도 순옥씨를 금방이라도 만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이산가족 상봉은 2010년 11월 18차 상봉을 마지막으로 더는 열리지 않고 있다.
통일부와 대한적십자사가 공동 운영하는 이산가족정보통합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으로 제주에서 김씨처럼 북에 있는 가족과의 만남을 애타게 기다리는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는 모두 569명이다.
한편, 정부는 27일 다음 달 17일부터 22일까지 5박 6일 동안 금강산에서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열자고 북한에 공식 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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