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유형 정서적 학대·신체적 폭력 등 순
[제주매일 김동은 기자] 권모(59)씨는 평소 가정 불화와 경제적 어려움으로 아내와의 다툼이 비일비재했다. 일용직으로 일하는 그는 고된 하루 일과를 마치고 나면 언제나 술과 함께 했다. 특히 권씨는 술만 마시고 나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아내와 자식들을 때리는 괴물로 변해갔다.
심지어 손에 잡히는 물건까지 죄다 집어던졌고, 폭언도 끊이지 않았지만 주변에서 이를 알아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권씨의 행동에 아내와 자식들은 점점 지쳐갔고, 결국 가정폭력 상담소 문을 두드리게 됐다.
가정폭력으로 고통을 받는 가구가 매년 끊이지 않고 있다. 가정폭력이 사회적 문제라는 인식 변화와 함께 주변의 적극적인 관심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제주가족사랑상담소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가정 문제로 상담을 의뢰한 인원은 모두 3144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도 같은 기간 3331명에 비해 다소 줄어든 것이지만 가정 문제를 겪고 있는 가구가 여전히 많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상담 내용으로는 가정폭력이 3120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중독 124명, 부부갈등 60명, 기타 4명 등의 순이었다.
가정폭력 피해자 연령별로는 13세 미만이 803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13~19세 761명, 40~49세 665명, 30~39세 387명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피해 유형(여러 가지 학대를 동시에 받는 경우 포함)별로는 정서적 학대가 3144명으로 가장 많았고, 그 뒤를 이어 신체적 폭력 502명, 경제적 학대 308명, 성적 학대 62명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정서적 학대와 신체적 폭력 등을 포함한 가정폭력이 매년 끊이지 않고 있지만 피해자가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는 드문 실정이다.
가정폭력을 단순 집안일로 생각하는 사회적 인식이 여전하다 보니 외부로 드러내는 것을 꺼려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제주가족사랑상담소 관계자는 “가정폭력은 재발 위험성이 높은 데다 심각한 인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주변의 적극적인 관심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