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마렐라, 연극배우도전기
줌마렐라, 연극배우도전기
  • 제주매일
  • 승인 2014.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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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레어린이극장 대표 정민자
▲ 세이레어린이극장 대표 정민자

줌마렐라라는 말이 있다. 아줌마의 ‘줌마’와 신데렐라(Cinderella)의 ‘렐라’를 합성한 단어이다. 개념은 미시(missy)와 유사하지만 미시가 젊은 아줌마를 말한다면 줌마렐라는 가정과 육아경험이 풍부한 적극적인 성향에 경제적 능력까지 갖춘 30대 후반부터 40대 후반을 일컫는 말이다. 자신의 외모뿐 아니라 사회적인 역할과 대외적인 활동에 이르기까지 관심이 높다고 한다. 이  줌마렐라가 요즘 문화예술계를 흔들 정도로 파워를 보여준다고 한다. 옛날에는 드라마나 보며 시간을 보냈던 아줌마들이 활동영역을 넓혀 문화예술계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단다. 사실 좋아하는 연예인 따라다니는 아줌마부대도 있고, 좋아하는 배우스폰서에다 공연티켓 사주기 팔아주기, 특정배우 홍보하기 등등 아줌마들이 문화예술계의 흐름에 영향을 주고 있다.
 몇 년 전, 극단에서는 주부들을 대상으로 한 연극교실이 있었다. “주부연극교실, 연극배우도전기” 꿈 많던 여고시절, 여고생이라면 손에는 시집 한 권쯤 들고 다녀야 여고생다웠고, 영화나 음악을 즐겨 들어야 멋있는 여고생이라고 여기던 때가 있었다. 그래서 한번쯤 시인이 되고 싶은 꿈도 꾸었고, 멋진 영화 보면서 영화 속 비련의 주인공이 되고 싶었던 꿈도 있었을 것이다. 물론 감수성이 풍부하고 예민할 때 꿈이었겠지만 그 꿈이 아직도 사라지지 않고 가슴 한 켠에 꽁꽁 숨겨져 남아있다면 바보라고 해야 할까? 그래, 그거다. 한 때 배우가 꿈이었던 아줌마들에게 짬을 내어 이루지 못한 꿈에 도전하라고 해보자, 그렇게 시작한 연극배우도전기였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문의 전화가 꽤 많았다는 것. 시간이나 여유가 없어서 달려들지 못하지만 그런 꿈이 있었다는 참여하지 못한 아쉬움을 얘기하는 사람도 있었고, 나이가 들었는데 지금 시작해도 늦지 않나요? 라며 어렵게 문을 두드린 환갑의 할머니도 계셨다. 그렇게 15명 정도가 모여 연극배우도전장을 내밀었다.
 일주일에 하루, 오전 2시간, 세 달동안 함께 작품을 만들었다. 그러나 연습일정을 잡기가 어려웠다. 너무 바쁘다, 제주아줌마들이. 직장 다니는 아줌마는 결국 빠지고 아르바이트하는 아줌마들과 전업주부들만 남았는데, 남은 사람은 8명 정도, 그것도 다함께 모여서 연습한 건 솔직히 몇 번 되진 않았다. 그러나 그렇게 어렵게 모여서 그랬는지 정말 열심히 연습했다. 서로 격려하고 배려하면서, 먹을 거까지 서로 챙겨주며 연습하던 그 날들이 정말 즐거운 추억이 되었다. 그러고 공연 날, 누구보다도 빛났던 무대를 마치고 그 아줌마들은 울고 웃었다. 왜였을까? 단순히 여고시절 배우가 되고 싶었던 그 꿈을 실현해 보았기 때문이었을까? 어쩌면 이것도 못해보고 늙어갔을 자신을 생각하며 다행이라는 마음에 그랬을까? 그 어떤 배우보다 빛났고 예뻤던 아줌마들. 자신보다는 가족들을 위해 헌신한 아줌마들이었기에 이 날은 더 특별한 추억이 되었을 것이다.
  남편과 자식을 위해 무조건 아끼고 절약하는 것이 미덕이라고 생각해, 소중한 자신의 가치를 과소평가하고 사는 건 행복이 아니다. 한국의 보통 아줌마들이 이젠 누굴 위한 일보다 자기를 위해 시간을 내고 돈도 쓰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아줌마가 신나면 가족이 신나고 이 사회가 신난다. 아줌마들이 신나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럼 아줌마들이 만드는 연극무대도 더 많으련만...아줌마의 파워는 세상을 움직인다고 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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