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 주차구역서도 ‘홀대’ 받는 경차
전용 주차구역서도 ‘홀대’ 받는 경차
  • 김동은 기자
  • 승인 2014.01.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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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 규정 없어 일반 승용차 주차 해도 단속 못 해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 등은 아예 설치 조차 안 해

▲ 15일 오전 제주도 문예회관 주차장 경차 전용 주차구역에 SUV 차량이 버젓이 주차돼 있어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이 곳 주차장에는 8면의 경차 전용 주차구역이 있지만 8면 모두 일반 차량이 세워져 있었다. 김동은 기자
[제주매일 김동은 기자] 3년째 경차를 타고 있는 고모(31·여)씨는 지난 주말 제주시청 주차장에 있는 경차 전용 주차구역에 차를 세우려 했지만 일반 승용차가 주차돼 있어 결국 다른 곳에 차를 세워야만 했다.

고씨는 “경차 전용 주차구역에 차를 세우려고 할 때마다 일반 승용차가 주차돼 있다”며 “경차 운전자의 혜택을 위해 설치만 해놓고 지도를 하지 않다 보니 이용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경차 이용 활성화를 위해 공공기관과 공영주차장 등에서 운영되고 있는 경차 전용 주차구역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다.

강제 규정이 없다 보니 단속이 전혀 이뤄지지 않는 데다 제주도 민속자연사박물관(관장 윤엄석)을 비롯한 일부 관광지는 경차 전용 주차구역 마저도 없기 때문이다.

15일 제주시에 따르면 지난해 12말 기준 제주시 자동차 등록 대수는 모두 25만8864대로, 이 중 경형 자동차는 2만6253대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2만4195대에 견줘 9.2% 증가한 것이다.

장기 경기 침체에다 고유가 여파로 경차를 타는 운전자가 늘어나고 있지만 전용 주차구역에 대한 시민의식이 미흡하다 보니 도입 취지가 반감되고 있다.

실제 15일 오전 제주도 문예회관 주차장의 경우 모두 8면의 경차 전용 주차구역이 마련돼 있음에도 불구, 승용차는 물론 SUV 차량이 버젓이 주차돼 있었다.

제주시내 한 종합병원과 정부제주지방합동청사 주차장도 사정은 마찬가지로, 경차 전용 주차구역에서 경차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경차 전용 주차구역에 일반 차량이 주차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과는 달리 과태료 부과 등 강제 규정이 없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런가 하면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을 비롯한 일부 관광지 주차장에는 경차 전용 주차구역이 아예 없는 실정이다.

정부의 공공기관 에너지 이용 합리화 추진에 관한 규정에 따라 지방자치단체는 교통 유발 시설물 부설 주차장에 경차 우선 주차장 설치를 권고하게 돼 있다.

특히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 주변은 교통 혼잡이 빈번하지만 정부의 권고 사항인 경차 전용 주차구역을 자체 판단에 따라 설치하지 않는 등 경차 운전자를 외면하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이에 따라 경차 전용 주차구역 정착을 위한 행정의 적극적인 지도·권고는 물론 성숙한 시민의식이 요구되고 있다.

제주시 관계자는 “경차 전용 주차구역에 일반 차량이 주차를 해도 단속 규정이 없다 보니 강제할 수 없다”며 “앞으로 적극적인 지도·권고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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