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관복원 핵심'… 결국 문화재청 '결정대로'
'경관복원 핵심'… 결국 문화재청 '결정대로'
  • 박수진 기자
  • 승인 2014.01.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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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기상청 청사신축 전망은
유사사례 강원기상청은 계획변경해 다른장소로

제주지방기상청 신축 부지 조감도.
[제주매일 박수진 기자]▲기상청 신축 부지, 어떤 곳인가.

제주기상청이 신축 이전을 추진하고 있는 이 부지는 선조 25년(1592) 이경록 목사가 건립한 '결승정(決勝亭)'과 제주산 동성 경관 최고의 정자였던 '공신정'(拱辰亭)이 있던 곳이다. 효종 8년(1653) 이원진 목사가 북수구 위에 설치한 초루를 설치하고 이름을 '공신루'라고 불렀으며, 순조 32년(1832) 이예연 목사가 현재의 감리교회 터로 이전하며 '공신정'으로 개칭, 100여 년 가까이 자리했다. 1928년 일제가 제주신사를 짓기 위해 헐어버린 후, 1954년 현 중앙감리교회가 들어섰다.

일제 강점기인 1923년 제주동성과 북성이 교차하는 지점인 '동북치성'위에 제주측후소가 들어서면서, 이 일대는 제주측후소의 경내구역에 속하게 됐다. 공신정은 그 부속건물이며, 이때까지만 해도 공신정은 원형 그대로 보존돼있었다. 하지만 제주시 도시개발 과정에서 주변에 건물들이 들어서고 도로가 개설되면서 성곽은 점차 훼손돼 대부분 멸실됐다. 제주측후소의 계단으로 이용되던 성벽 일부만 남아있다.

▲제주성 정비 복원 필요성

공신정이 포함된 제주성 일대는 탐라국 시대부터 조선시대를 거쳐 근·현대시기에 이르기까지 제주도 정치·경제·사회·문화의 중심지 역할을 해온 곳으로, 2000년의 역사가 고스란히 집적돼 있는 곳이다.

도내 전문가들은 제주성 일대가 개발이 진행되면서 지속적으로 훼손·멸실 위협에 놓여있어 하루빨리 체계적인 정비 보존 및 활용계획을 수립해야한다고 주장해왔다. 이에 따라 제주시는 제주성 정비 복원계획을 수립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지난해 7월 추진했고, 최근 '제주성지 종합정비계획수립 용역'이 마무리됐다.

용역은 제주성을 활용한 역사문화와 관광자원 활성화 방안을 검토하기 위해 마련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1단계(2014~2023년)는 현재 '잔존 구역'에 대한 복원에 초점을 맞춘다. 1단계는 다시 3기로 나뉘는데, 1기(2014~2017년)에는 성곽 잔존구역 토지매입과 발굴조사가 진행된다. 2기(2018~2020년)에는 주요 경관지와 유적지 토지매입과 발굴조사가 중심이 된다. 또 3기(2021~2023)에는 공신정 등 멸실 유적 복원이 이뤄진다.

2단계(2024~2028)에는 택지공간의 정비와 복원, 3단계(2029년 이후)에는 도시재생계획 수립을 통한 도로 계획의 변경이다.  

제주지방기상청이 신축 이전을 추진하고 있는 부지에서 최근 문화재 발굴조사가 마무리됐다.
▲표본조사·발굴조사 진행했지만 '문화재'는 안 나와

제주기상청은 표본조사를 진행하고, 지난해 11월 이 결과를 문화재청에 제출했다. 표본조사에서는 정자로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초석(礎石) 2기가 발견됐다. 그러나 제주도가 문화재청에 "신축부지는 제주성 경과복원에 있어 아주 중요한 자리"라고 의견을 제출하자, 더넓은 범위에서 발굴조사가 이뤄졌다. 그러나 '문화재'로 볼만한 것들이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기상청은 이에 "주춧돌로 추측되는 돌 2개만이 발견됐기 때문에 별 무리 없이 공사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제주도는 이 같은 내용을 최근 문화재청에 보고했다. 조사결과와 별개로 제주도는 '부대의견'을 달 수 있다. 이에 따라 제주도는 지난 9일 전문가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현재 제주성계획이 수립되고 있는 만큼, 기상청에 사업규모를 축소하거나 공신정이 복원 가능한 쪽에 신청사를 짓기로 협의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관련 내용은 현재 문화재청에 보고된 상태다.

제주도 관계자는 "신축부지는 경관복원에 있어 가장 중요한 자리"라며 "이번 주 초 결과가 나오는대로 기상청에 보존대책이 통보된다"고 설명했다.

▲다른 지방 사례는

강원지방기상청사의 사례를 두고 얘기해 보고자 한다. 2005년 강원청은 예산 42억4000만원을 들여 2007년 말까지 지상 3층 지하 2층 연면적 720평 규모의 신청사를 짓기로 했다. 이를 위해 강원청은 그해 연말까지 현 청사 주변부지 882.6㎡를 추가로 매입하고 2006년 실시설계를 거쳐 착공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그러나 청사 신축 계획이 강릉시가 추진 중인 '임영관·관아복원 및 전통문화 공원 조성사업'과 맞물리며 차질을 빚기 시작했다. 사업계획은 1999년 최초 수립된 것인데, 7년이 넘도록 강원기상청과 단 한 번도 의견을 교환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강원기상청은 1911년 강릉측후소가 설치된 이후 약 100년간 기상관측을 해왔기 때문에, 기상자료의 연속성 확보 차원에서 현 부지의 청사신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문화재청은 2006년 '현상변경불허' 처분을 내렸다.

강릉시 문화재위원회의 '문화재보존영향검토'과정에서 문화재 전문위원 3명 전원이 "문화재 복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 결국 문화재청에 '문화재 현상변경허가 신청'을 제출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강원기상청은 강릉시와 부지를 맞교환하는 형태로 강릉시 사천면 방동리 '강릉과학산업단지'내에 새 청사 부지를 선정하고 청사신축계획을 변경했다.

▲신축 이전 두고 찬·반 입장 '팽팽'

제주지방청 기상청 신축 이전을 두고 찬·반 입장은 팽팽하다.

기상청은 "이미 국비 108억을 받아서 착공한 상황에서 설립을 진행하지 않을수는 없다"며 "최근 발굴조사가 끝난 만큼 제주도·제주시와 협의해 신축이전은 반드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도내 문화·학술단체들은 "제주성 정비복원에 있어 공신정 터는 반드시 복원돼야 한다"며 "신축이전하면 공신정 복원을 가로막는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그러면서 "90여 년간 운용돼온 기상관측기구를 그대로 존치해서 운영하는 것을 반대하지 않는다"며 "다만 기상업무 관련 집무처인 청사는 굳이 공신정 터에 건립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화재청에서 이번주 내로 '보존대책'을 통보하는데, 그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제주기상청과 제주도가 적절한 합의점을 도출할 수 있을지에도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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