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성 '핵심복원지역' 훼손 불보듯
제주성 '핵심복원지역' 훼손 불보듯
  • 박수진 기자
  • 승인 2014.01.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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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매일 포커스] 기상청, '공신정'터에 신축 문제는…

▲ 1900년대 초에 촬영된 것으로 추정되는 공신정 터(왼쪽 위). <사진제공=제주시>
학술·문화단체 "반드시 되살려야 할 주요 누정"반발
제주기상청 "지점 옮기면 90년 자료 무용지물"

[제주매일 박수진 기자] 제주지방기상청이 제주성 정비복원에 있어 가장 중요한 '공신정'자리에 건물 신축 이전을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12일 제주지방기상청(청장 이재병)에 따르면 청사의 협소함과 현대적 업무공간의 확보를 위해 2012년 말 인근 제주중앙감리교회터를 매입했다. 총 사업비 108억 원을 투입, 오는 10월까지 제주시 일도1동 1186번지에 지하 1층·지상 3층 3275㎡ 규모의 신청사를 건립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 부지는 핵심 멸실유적인 '공신정'이 있던 자리로 알려지면서, 도내 학술·문화단체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공신정은 1653년 이원진 목사가 북수구 위에 초루를 설치하고 이름을 '공신루'라고 붙였다. 1832년 이예연 목사가 현재의 감리교회 터로 이전하면서 '공신정'으로 개칭, 100여 년 가까이 자리했다. 1928년 일제가 제주신사를 짓기 위해 헐어버린 후 1954년 이 자리에 현 중앙감리교회가 들어섰다.

때문에 도내 13개 학술·문화단체들은 "향후 제주성의 정비복원에 있어 반드시 복원돼야 할 주요 누정"이라며 "새 기상청 건물은 공신정의 복원을 가로막는 일"이라며 신축 이전을 반대하고 있다.

제주지방기상청 관계자는 "1923년 제주성지 위에 '측후소'를 개설한 이래 올해로 91년째를 맞고 있다"며 "이 때문에 관측하는 지점을 옮기면 지난 90여 년 간의 자료가 무용지물이 된다"며 밝혔다.

제주도 관계자는 "표본조사와 발굴조사를 실시했지만 '문화재'가 확인되지 않아 사실상 공사 중지 명령을 내리기는 힘들다"며 "문화재청에서 보존대책이 통보되는 대로 기상청과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신축 이전이 추진되고 있는 이 자리에서 표본조사와 문화재발굴조사가 실시됐다. 발굴 현장에서 정자로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초석(礎石) 2기가 확인됐으며, 중앙감리교회가 보관했던 초석 6기를 기증받아 최근 제주목 관아로 이전됐다. 조사결과는 문화재청에 보고된 상태며, 이번 주 중으로 보존대책이 통보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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