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일도1동1186번지 옛 공신정(拱辰亭) 터에 짓고 있는 제주지방기상청 신축 청사를 두고 말들이 많다.
공신정은 1653년 이원진 제주목사가 오현단 부근 북수구 위에 설치한 공신루(拱辰樓)를 1832년 이예연 제주목사가 현재의 감리중앙교회 자리로 옮겨 100여년을 내려오던 정자(亭子)다. 공신루 시절까지 300년 세월을 지켜 온 유적(遺蹟)이다.
그러나 1928년 일제(日帝)가 이곳에 신사(神社)를 지으면서 공신정은 헐렸고 해방 이후인 1954년에는 이 자리에 현 감리중앙교회가 들어서 현재에 이르고 있다.
바로 이 자리에 제주지방기상청 새 청사가 들어서게 되자 도내 학술문화 단체들이 “유적지에 새 건축물을 짓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기상청의 생각은 다르다. 기상청을 다른 데로 옮기게 되면 현 위치에서 모아온 100년 자료가 무용지물이 되므로 건축 장소를 옮길 수 없다는 주장이다. 차라리 공신정 터를 기상청 인근 자리로 옮기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얘기다.
물론, 기상청의 주장을 나무랄 수만은 없다. 당국이 건축허가까지 내 줘 놓고 청사를 못 짓게 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적지는 장소를 옮길 수 있는 게 아니다. 따라서 억울하고 못내 아쉽더라도 기상청 신축청사를 옮기는 길 밖에 없다. 그렇다고 제주 기상 100년 자료가 무용지물이 돼서도 안 되기 때문에 가까운 곳에 새 청사 부지를 마련하는 대안을 생각해 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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