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장묘문화에 대한 의식이 많이 달라지고 있다고 하지만, 아직도 도내에서는 화장(火葬)에 대한 실천의지가 약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제주지역 화장률이 전국 평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음이 이를 잘 설명해 준다.
제주지역의 화장률 변화 추이를 보면 1998년 8.8%로 전국 최하위에서 2000년 11.4%, 2001년 16.1%, 2002년 18.3%, 2003년 26.1%, 지난 해 28.38%로 향상되긴 했다.
그러나 이것은 전국 평균 화장률 46%에 한참 못 미치는 수치로, 제주도민들의 뿌리 깊은 매장의식이 아직도 강하게 남아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사실 매장으로 인한 국토 잠식은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전국적으로는 매년 서울 여의도 면적에 해당하는 토지가 묘지로 잠식돼 가히 ‘묘지공화국’이란 말이 나올 정도다.
제주의 경우는 더 큰 일이다. 이 좁은 섬에서 해마다 제주종합경기장 면적의 4배나 되는 토지가 묘지로 변하고 있다니 말이다.
묘지로 인한 폐해는 경작지 등 토지가 줄어드는 데만 있지 않다. 산림이 훼손되고 자연생태계가 파괴되는가 하면 연고자 없이 버려진 무덤도 전국적으로 전체 묘지의 40%에 이른다고 한다. 특히 제주지역은 벌초 풍습이 있어 조상 묘 벌초가 가정마다의 고민거리(?)로 부각되고 있기도 해 장묘문화의 개선은 시대적 요청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한때는 지방자치단체들이 ‘화장유언남기기’운동 같은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으나 요즘은 이 마저도 뜸한 것 같다. 장묘문화 개선에 돌파구를 마련하려면 행정기관의 지속적인 계도와 사회지도층의 솔선 참여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며, 아울러 납골당이나 납골묘 지원사업도 활성화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매장문화의 개선은 무엇보다 도민들의 의식 변화와 실천에 달려있음은 더 말이 필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