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매일 박수진 기자] 제주지방기상청 신축이전 추진에 대해 도내 학술·문화단체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7일 제주지방기상청(청장 이재병)에 따르면 청사의 협소함과 현대적 업무공간의 확보를 위해 인근 중앙감리교회터를 지난해 매입했다. 제주시 일도1동 1186번지에 지하 1층·지상 3층 3275㎡ 규모의 청사를 지난해 이미 착공해 오는 10월께 완공될 예정이다.
문제는 이 장소가 과거 조선시대 제주성내 최고의 인문경관지인 '공신정'이라는 것에서 불거졌다.
공신정은 1653년 이원진 목사가 북수구 위에 초루를 설치하고 이름을 '공신루'라고 붙였다. 1832년 이예연 목사가 현재의 감리교회 터로 이전하면서 '공신정'으로 개칭, 100여 년 가까이 자리했다. 1928년 일제가 제주신사를 짓기 위해 헐어버린 후 1954년 이 자리에 현 감리중앙교회가 들어섰다.

이들 단체는 "공신정은 향후 제주성의 정비복원에 있어서 반드시 복원돼야 할 주요 누정"이라며 "이 곳을 중심으로 향후 전체경관을 복원하기 위한 종합적인 정비 계획의 수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서 깊은 역사문화유적지에 청사를 짓는 일은 일제의 식민지문화말살정책을 국립기관이 그대로 답습하는 반민족적 처사"라고 꼬집었다.
제주지방청이 "관측기구를 옮기게 되면 지난 100년의 자료가 무용지물이 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이들 단체는 "90여 년간 운용돼온 기상관측기구를 그대로 존치해서 운영하는 것을 반대하지 않는다"며 “다만 기상업무 관련 집무처인 청사는 굳이 공신정 터에 건립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라고 했다.
제주지방기상청 관계자는 이와 관련 "현재 문화재 발굴 조사가 거의 끝나간다"며 "발굴 조사가 끝나는 대로 제주도, 제주시와 협의해 사업 추진에 지장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신축이전이 추진되고 있는 이 자리는 현재 문화재 발굴에 들어간 상태이며 발굴 현장에서 초석 2기가 확인됐다. 그동안 잃어버렸던 주춧돌 10여 개 중 초석 6기도 발견돼 제주시가 중앙감리교회 측으로부터 기증받았다.
한편 제주지방기상청은 일제강점기 근대적 기상관측기관으로 도입된 '제주측우소'의 후신이다. 일제는 1923년 제주성의 동북치성 위에 '제주측후소'의 청사를 짓고 동성의 성곽위에 관측기구를 설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