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순덕(53) 제주학연구센터장을 두고 하는 얘기다. 그를 지난 7일 제주학연구센터에서 만났다.
'제주방언'은 제주어, 제주도 사투리, 제줏말 등 다양하게 불린다. 과연 어떤 용어가 맞는 것일까. 그는 학술적 용어로는 '제주방언'이 맞다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방언이라는 용어는 중앙과 지방의 대비되는 개념으로 많이 생각하고, 지방을 얕잡아 본다는 생각 때문에 일반인들이 거부감을 가져요. 하지만 학술적 용어로는 '제주방언'이 옳은 표현이에요. 또한 제줏말, 제주어 등도 쓰이는데 제줏말에 거부감을 갖는 경우는 말마(馬)자와 비슷하기 때문이죠. 발음하면 '제주말'로 들리잖아요. 제주어가 틀린 이유는 '어'라는 용어는 한국어, 일본어, 중국어 할 때 쓰이는 상위개념이기 때문이지요."
다른 지역의 지역학 연구 상황은 어떤지 궁금했다. 국내 지역학 연구는 2000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으며 현재 발전연구원 부설로 지역학센터가 있는 지역은 강원도, 충청북도, 부산, 대구, 울산 등이다. 어찌됐던 '지역학 연구'가 활성화 되려면 연구자들이나 지역사회가 많은 관심을 가져줘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2011년 유네스코가 제주어를 소멸위기의 언어로 분류했다. 제주어를 연구하고 있는 학자로서 당시 심정이 궁금했다. 그에게서 돌아온 답변은 의외였다. "솔직히 말해서 좋았다"는 답변이었다.
"제주도뿐만 아니라 지역의 언어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소수이죠. 그런데 유네스코가 제주어를 소멸위기의 언어로 분류하자 지역 사회에서 '붐'이 일어났지요. 모든 사람들이 제주어를 보존해야한다는 것에 공감을 했고 행정기관에서 이에 따른 지원이 있었어요."
이에 맞물려 제주학연구센터는 지난해 3월 제주어 표기법 표준안 제정에 착수했다. 같은해 12월에는 제주어 표기법 제정 원칙 등이 담긴 '제주어 표기법'이 모두 가결됐고, 이달 중으로 책자 2000~3000부가 공공기관과 각 급 학교에 배포된다.
그는 "책자가 조만간 나오기 때문에 내년에는 이를 뒷받침할 해설서를 만들어 보급하는 것이 시급하다"며 "해설서를 이해하기 쉽게 만드는 것이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또 "해설서를 만듦과 동시에 앞으로 학생들을 위주로 한 교재를 만드는 것이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제주어를 연구하는 학자로서 도내 출신 '사우스카니발'을 모를 리가 없을 것 같았다. 사우스카니발의 모든 노래는 '제주어'로 작사됐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로부터 호응을 이끌어냈다. '전국무대'까지 진출하며 도내 출신 가수로서의 면모를 톡톡히 발휘했다. 그는 사우스카니발에 '제주어지킴이'상을 줘야 한다고 극찬했다.
"좋은 팝송이 있다면 가사를 잘 알아듣지 못하더라도 우선 듣지요. 제주방언 노래도 똑같다고 생각해요. 음악이 좋으면 자연스레 뜻을 찾아보죠. 사우스카니발이 제주어 보급에 일조한건 사실이에요. 노래가 참 감칠맛 나더군요(웃음). 저로서는 그저 흐뭇하지요."
앞으로 그는 '제주방언 아카이브 구축'에 힘쓰겠다고 했다. 연구자들이 언제, 어디서든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자료구축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인터뷰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