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하던 죽음에서 맞이하는 죽음으로
당하던 죽음에서 맞이하는 죽음으로
  • 제주매일
  • 승인 2014.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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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호(한국금호동물병원 수의사)

갑오년 새해가 밝았다. 새롭다는 뜻말인 ‘새‘해, 당하던 죽음에서 맞이하는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이 트일 전망이다.
보건복지부는 연명의료결정법 법률안을 금년 2월 국회에 제출해 상반기에 통과되면 실무 준비를 거쳐 2015년 시행할 방침이다.
2009년 5월 대법원이 세브란스병원 김 할머니의 존엄사를 허용한 사건을 계기로 죽음에 대한 국민의 생각도 많이 바뀌었지만 의료 현장에서는 아직도 연명의료가 여전하다.
현재 전국에 연명의료를 받는 환자 수는 헤아리기조차 어렵다. 한 해 연명의료를 받다가 사망하는 사람이 30만 명이 넘는다. 평생 사용하는 진료비의 30%를 가정이 아닌 병원에서 아무런 의미 없는 진료를 당하면서 사용한다니 말이 되는 얘기인가?
이는 의료 현장에서 존엄사를 뒷받침할 법률이 없기 때문이다.
연세대 손명세 보건대학원장은 “환자가 자기의 의지에 따라 생을 마감하는 방법을 결정하는 권리를 제도적으로 보장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당하던 죽음에서 이제는 맞이하는 죽음으로 가게 됐다”고 평가했다.
존엄사란 최선의 의학적 치료를 다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회복 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 이르렀을 때, 질병의 호전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현 상태를 유지하기 위하여 이루어지는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하고 자연적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식물인간 상태와 같이 환자에게 의식이 없고 그 생명이 단지 인공호흡기에 의하여 연장되고 있는 경우에 인간으로서 지녀야 할 최소한의 품위를 지키면서 죽을 수 있도록 생명 연장 조치를 중단하는 것이다. 지난 9월 한국 갤럽이 실시한 조사에서는 10명 중 7명 이 가족의 동의가 있다면 치료를 중단하겠다고 답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교계와 의료계에서 생명 존중과 인권보호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는 허무맹랑한 이유로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어 법률안이 통과되어 시행되기 까지에는 적지 않은 논란이 지속될 전망이다.
죽음이란 삶의 종말이 아니라 옷을 바꾸어 입고 다른 세상으로 옮아감이라고 생각한 미국인 스코트는 100살이 되는 해 1983년 생일 때 음식을 끊음으로써 부인 헬렌이 지켜보는 가운데 깨끗하고 담백하게 죽음을 맞이하여 사랑과 삶, 죽음이 하나임을 보여주었다.
간소하고 소박한 생활로 백년을 건강하게 살아 지극히 자연스런 죽음을 품위 있게 맞이한 스코트 니어링은 건강한 장수의 요령으로 만사를 밝은 쪽으로 생각하고 공기가 맑은 자연에서 깊은 호흡으로 숨을 쉬고 가공하지 않은 자연 음식 섭취, 소박하고 간소한 식사를 강조하며 약에는 무서운 부작용이 숨어 있으므로 의사와 병원을 멀리하라고 충고한다.
그리고 “병원은 일부 병을 낫게도 하지만 없던 병을 만들기도 할 뿐만 아니라 병원과 의사는 몸이 자연스럽게 내는 소리인 증상을 잠시 눌러 놓기에만 급급하여 오히려 병을 더 키우는 우를 범한다”고 강조한다.
스코트가 100세 생일을 맞던 날 이웃 사람들이 깃발을 들고 왔는데 그 깃발에 이렇게 쓰여 있었다.
“스코트 니어링이 백년 동안 살아서 이 세상이 더 좋은 곳이 되었다”
2014 갑오년 새해, 병원이 아닌 가정에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고귀한 자연사를 선택할 수 있는 연명의료결정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여 온 국민이 평온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미국은 76년 이미 캘리포니아주를 시작으로 모든 주가 자연사법을 만들어 연명의료 중단을 시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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