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야흐로 겨울이다. 서울에서 생활하던 작년 겨울 아침 영하 10도의 날씨에 언 손을 녹여가며 밤새 차를 뒤덮어 버린 두터운 눈을 치우던 기억이 아직 생생한데 하느님이 보우하사 대한민국에서 가장 따뜻한 제주에서 이번 겨울을 맞게 되니 감개무량할 따름이다.
이 시기에 신문이나 뉴스에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주제 중 하나가 겨울철 차량 관리인데 읽어 보면 그 요점은 비슷한 것 같다. 본격적인 겨울에 돌입하기 전에 배터리, 부동액, 타이어 등을 미리 점검하는 것과 출발하기 전에 10초 정도의 공회전을 통해서 엔진을 가볍게 예열한 후 저속으로 주행을 시작하는 것이 그 대강이다. 겨울철 보건소에 방문하신 주민분들을 진료하고 진료 후에 몇 가지 주의 사항을 말씀드리다 보면 겨울철 건강 관리 또한 자동차 관리 요령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겨울은 차뿐만 아니라 사람에게도 부담이 되는 시기이다. 겨울철 야외에서 활동하며 찬 공기에 노출되게 되면 우리 몸은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신진대사를 촉진시킴으로써 열 발생량을 증가시키고 심장 박동 또한 빨라진다. 그리고 피부 아래의 모세혈관을 수축시킴으로써 열손실을 줄이려는 노력을 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 체온은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 혈압이 상승하게 되고 평소 혈압 조절이 잘 되지 않거나 뇌-심혈관계질환 위험인자를 가지고 있던 분들에게는 자칫 중풍, 심근경색과 같은 치명적인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고혈압, 심장질환, 중풍 등의 병력을 지니신 분들은 한겨울이 되기 전에 미리 배터리, 부동액, 타이어 등의 주요 부품을 점검하듯이 자신의 건강 상태를 미리 점검하고 필요할 경우 주치의와 상담하여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좋다. 또한 고령의 어르신들께는 뇌-심혈관계질환 뿐 아니라 독감, 폐렴 등의 호흡기계 감염 또한 위험할 수 있으므로 가까운 보건소 및 병의원을 방문하여 주요 예방접종을 실시하는 것도 권장된다.
겨울철에는 새벽이나 저녁 이후의 야외활동을 자제하고 햇볕이 비춰서 기온이 올라가는 한낮에 활동하는 것이 좋다. 한의학 고서(古書) [황제내경] 및 이를 인용한 [동의보감]에서 ‘겨울철 석 달은 물이 얼고 땅이 갈라지니 양기(陽氣)를 요동하지 않아야 하며 일찍 자고 늦게 일어나며 반드시 해가 뜬 뒤에 일어나야 한다.’고 논한 선인들의 지혜를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특히 바람이 많이 부는 제주도에서는 야외활동을 할 때 바람을 잘 차단할 수 있도록 옷을 든든하게 입는 것이 중요하다.
요즘 나오는 자동차에 탑재된 엔진은 전자제어식이다 보니 과거처럼 몇 분씩 공회전 시킬 필요는 없겠지만 겨울철에 시동을 켠 후 곧바로 급가속 하여 출발하는 것 보다는 10초 내외의 공회전을 한 후 서서히 출발하는 것이 바람직한 운전법임은 분명하다. 쇠로 된 기계의 경우에도 이럴진대 하물며 구조적으로나 기능적으로 훨씬 복잡미묘한 사람의 몸을 움직이는 데에 충분한 준비가 필요한 것은 자명한 이치이다. 추운 날씨에는 근육, 인대, 건이 긴장하고 수축된 상태이므로 충분한 준비운동 없이 고된 작업이나 과격한 운동을 하게 되면 부상을 입기 쉽다. 본인의 진료실에 내원하시는 어르신들도 요즈음 당근, 감귤 수확으로 인해 바쁜 시간을 보내고 계신데 부족한 준비운동, 반복적인 작업으로 인해 작업 후 통증을 호소하시는 분들이 많다. 평소 작업이나 운동을 시작하기 전, 중간, 마무리할 시점에 스트레칭을 포함한 적절한 운동을 시행함으로써 겨울철 부상으로부터 소중한 몸을 지키는 지혜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