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안배 고려한 조력인 선발 필요
[제주매일 김동은 기자] 지난해 6월 제주도내 한 가정집에 20대 남성이 침입해 혼자 잠을 자고 있던 10대 여아를 성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후 병원에 입원한 A양은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아이의 정신적인 충격과 상처 때문에 경찰 역시 수사 과정에서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9월에는 제주시내 한 아파트에 사는 지적 장애를 가진 여성들이 수년간 이웃 남성들에게 성폭행을 당한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기도 했다.
당시 일각에서는 경찰의 수사가 급박하게 진행되면서 피해 여성의 인권이 제대로 보호되지 않았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의사소통이나 자기표현이 어려운 성폭력 피해자의 진술을 돕는 ‘진술조력인제’가 올해부터 본격 시행되지만 제주에는 진술조력인이 한 명도 없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2일 경찰과 법무부에 따르면 진술조력인 제도 도입을 포함한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지난달 19일부터 시행됨에 따라 최근 48명의 제1기 진술조력인단이 꾸려졌다.
진술조력인 제도는 성폭력 피해 아동·장애인을 위해 숙련된 전문 인력이 수사나 재판 과정에 참여, 의사소통을 중개·보조해 피해자의 2차 피해를 방지하고 사건의 사실 관계를 밝히는 데 기여하기 위한 제도이다.
특히 진술조력인들은 전문 상담가와 심리학 전공자 등으로 구성돼 있어 경찰과 검찰 조사 뿐만 아니라 법정에서도 성폭력 피해자들의 진술을 도울 계획이다.
하지만 제주에서는 진술조력인이 한 명도 선발되지 않으면서 아동이나 장애인 등 의사소통이나 자기표현이 어려운 성폭력 피해자의 경우 전문적인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 이번에 선발된 진술조력인 48명을 지역별로 보면 서울이 13명으로 가장 많고, 이어 경기 6명, 대구 5명, 광주·대전 3명, 울산·강원 1명 등으로 제주와 충남은 단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성폭력 피해자 조사 때 13세 미만 아동이나 장애인 피해자에 대해서는 우선적으로 진술조력인의 도움을 받는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경찰은 성폭력 전담 수사요원과 원스톱지원센터 조사관 등에 진술조력인 제도 운영 지침을 전달할 예정이다.
진술조력인 제도가 성폭력 피해자의 진술을 돕기 위한 제도인 만큼 지역별 안배를 고려한 진술조력인 선발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