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의 끝엔 매번 ‘또 다른 경쟁’
“아이들아, 꿈을 찾아 나서라”
제도의 끝엔 매번 ‘또 다른 경쟁’
“아이들아, 꿈을 찾아 나서라”
  • 문정임 기자
  • 승인 2013.12.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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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꿈을 찾아 나선 아이들] <프롤로그>

 행복하려면 내가 좋아하는 일 먼저 찾기
 대입선 수능 외 또 하나의 막강 변수로

다른 이들의 꿈을 들어보는 시간

꿈을 잃어버린 아이들


예전에 어른들은 아이를 만나면 머리를 쓰다듬으며 꿈이 뭔지를 먼저 묻곤 했다. 어른들은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는 이유를 ‘저마다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라고 믿었다.

언젠가부터 아이들에게 꿈을 묻는 게 망설여지기 시작했다. 세상물정을 모르는 어른처럼 보일 것 같았기 때문이다. 때론 아이들에게 너무 사적인 질문을 던지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들었다.   

대한민국 학생들은 초·중·고 10년을 꼬박 대입을 향해 전력투구한다. 대학에 입성하면 안정된 직장을 향해 또다시 치열한 경쟁을 시작한다.

그러나 학생들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 체력이 동날 때 쯤, 제도의 끝에는 매번 ‘새로운 경쟁’만이 기다리고 있음을 깨닫는다. 끝이 보이지 않는다. 졸업장은 흔해졌고 토익과 해외연수, 화려한 인턴 경험들, 너와 나의 평균 점수가 더 높아졌을 뿐이다. 그래서 다시, 사람들은 꿈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또 하나의 입시 변수

역설적이게도, ‘꿈’은 최근 대입제도의 경향이기도 하다.

대학들은 수치화된 수능 점수와 함께, 고교시절 교과 및 비교과 활동을 입시에 중요한 변수로 반영하고 있다.

최근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현재 고등학교 2학년들에게 적용될 ‘2015학년도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발표한 내용을 보면, 2015학년도 전국 198개 대학(교육대·산업대 포함)에서 학생부가 중심이 되는 수시모집 비율은 64.2%(24만3333명)로 나타났다. 전년 66.2%(25만1220명)보다 낮아졌지만 여전히 압도적인 수치다. 

고1은 희망학과 찾고, 2~3학년은 연관활동에 주력

지난달 9일 제주도교육청 주최로 제주학생문화원에서 열린 대입전략 설명회에서도 입시전문가들은 비슷한 이야기를 건넸다.  

강사로 참여한 유제숙 한영고 교사는 “수능이 쉬워지면서 수능 점수만으로는 학생들의 능력을 구별할 수 없게 됐다. 올해 바뀐 입시에서도 전형방법은 6개에 달하고 있다”며 “특별한 어학실력이나 수상 실력이 없는 보통의 학생들은 ‘학생부 종합(종전 입학사정관제)’의 비교과 활동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같은 입시 경향은 학생들에게 고교시절 자신의 관심분야를 찾도록 주문하고 있다. 

공부만 잘하면 되는 시대에서 여러 가지를 두루 잘 해야 하는 시대가 분명 부담일 수 있지만, 생각하기에 따라선 학창시절을 적성을 찾고 준비하는 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

유제숙 교사는 “고1이 되면 다양한 경험을 통해 희망 학과를 2~3개로 압축하고 2~3학년 때엔 연관 활동에 주력하라”고 강조했다.

현행 대입제도에서 필요로 하는 능력은 외국을 가거나 높은 어학점수를 받는 것만을 뜻하지 않는다. 다문화에 대한 열린 마음, 친구들과 함께 과제를 수행하는 협동력과 리더십 등 교내에서 충분히 쌓아갈 수 있는 부분도 있다. 외동 자녀가 많은 요즘에는 믿을 만한 멘토와의 활동이나 방과후수업 참여, 스포츠 동아리나 교내 경시대회에서의 경력도 좋은 재료가 된다. 

다른 이들의 꿈을 들어보는 시간

<꿈을 찾아 나선 아이들>은 이런 필요에서 기획됐다. 꿈은 행복한 삶을 위한 첫 번째 계단이면서 대입 면접관들에게 나를 각인시킬 건강한 도구다. 분명 학생들에게는 꿈을 꿀 자유가 있고, 잠재력을 발휘할 기회를 얻을 권리가 있고, 이러한 노력과 흔적을 대학 입시에서도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앞으로 등장할 아이들은 도내·외 여러 경연 및 행사에서 일관된 분야에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학생들이다. 본지는 저마다의 계획을 토대로 꿈이라는 퍼즐을 완성해가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독자들과 나누고자 한다.

첫 회에는 제주고 관광조리과 3학년 고유주 학생을 만난다. 음식 재료를 고를 때 가장 설렌다는 고유주 군은 최근 서울에서 열린 대한민국 향토식문화대전에서 2개 부문 금상을 수상했다. 큰아버지의 농사를 도우며 식재료의 소중함을 배우기 시작해 이미 5개의 조리자격증을 취득했다. 오는 3월 조리과 서양식 전공으로 입학을 앞두고 있는 미래 대한민국 요리계의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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