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운한 일, 원망스러운 일 모두 내려놓고
서운한 일, 원망스러운 일 모두 내려놓고
  • 제주매일
  • 승인 2013.12.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태익(제주매일객원필진)
▲ 오태익(제주매일객원필진)

 

 다시 한 해를 보냅니다. 영원히 다시 오지 않을 날들이기에 깔끔하게 보내는 지혜가 필요하겠지요.
 사람은 원래 좋은 뜻에서의 욕심이 필요한 동물입니다. 욕심이 없다면 계속되는 일상의 늪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할 겁니다.
 지난 일 년을 되돌아보면 정치적, 사회적으로 다시 생각하고 싶지 않은 일도 많았다. 개인적으로는 연초에 계획했던 일에 한참 뒤쳐져 실망하는 사람도 많을 거구요.
 그리스 신화에는 ‘판도라의 상자’가 나옵니다.
 ‘판도라의 상자’는 제우스가 모든 죄악과 재앙을 넣어 봉한 채로 판도라(여자)에게 주어 인간 세상으로 내려 보냈다는 상자입니다. 열어 보지 말라는 제우스의 명령을 어기고 호기심이 생겨 판도라가 상자를 열자 인간의 모든 불행과 재앙이 그 속에서 쏟아져 나왔습니다. 그래서 ‘판도라의 상자’란 ‘뜻밖의 재앙의 근원’을 의미합니다. 곧 인류의 불행과 희망의 시작을 나타내는 상징이지요. 당황한 나머지 상자를 급히 닫아 희망만이 그 속에 남아 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오늘 우리는 어려운 시대를 살아가면서도 희망을 가질 수 있음은 얼마만한 다행일까요. 다른 동물에 비해 인간의 위대함을 한두 마디로 설명할 수는 없지요. 나는 그 중에서도 매듭을 지을 줄 아는 인간의 지혜에 만물의 영장임을 확고하게 믿지요. 매듭이 없었다면 80평생을 살아가야 하는 우리의 삶이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시쉬포스의 고역일 수밖에 없지요.
 시쉬포스는 정상에서 굴러 떨어지는 바위를 다시 산 위로 굴려 올려야 하는 형벌을 신에게 받았습니다. 산꼭대기로 밀어 올리는 힘듦은 물론이고, 매듭이 없었기에 희망도 없었습니다.
여하간 일 년의 매듭 위에서 새로운 희망을 찾을 일입니다. 누구나 돌아다보면 열정으로 살았지만, 인간은 완전을 지향하는 동물이지 완전할 수는 없습니다. 이제 미련은 버리고 후회는 접을 때입니다.
 프랑스의 철학자인 사르트르는 “인생은 B(birth)로 시작해서 D(death)로 끝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태어난 순간부터 죽음을 향해 돌진하고 있다는 비관적인 생각은 안 해도 됩니다. B와 D사이에 C(choice)가 있기 때문이지요.  우리는 사는 동안 늘 선택의 기로에 섭니다. 잡다한 선택의 연속일 수밖에 없음이 우리의 삶입니다. B에서 D로 가는 인생은 선택(choice), 기회(chance), 변화(change)라는 C를 통해서 새로운 가치를 얻기도 합니다. 한 단계 더 나아가면 도전(challenge)의 C도 있다.
 바닷물은 3%의 소금기 때문에 영원히 썩지 않는다고 합니다. 우리도 3%의 희망을 늘 키우고 있으면 삶이 외롭지는 않을 테지요. 글쓴이처럼 평범한 사람들에겐 새해가 와도 크게 달라질 것이 아무 것도 없음을 잘 압니다. 그렇지만 인ㅅ생은 남과의 경쟁이라기보다는 자신과의 외로운 싸움이 아니던가요. 그 싸움에서 버텨내는 힘은 꿈과 기대인 것 같습니다.
 그 어떤 빵도 밀가루로 되돌아갈 수 없는 것처럼, 아쉬운 대로 다시 한 해를 보내야지요.
 서운한 일, 원망스러운 일 모두 내려놓고, 떠오르는 새해의 아침 해를 맞이해야 할 겁니다.
 한 해가 가는 길목에서 독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그리고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