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철새 도래지에서도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검출돼 방역체계에 비상이 걸렸지만 축산당국은 느긋한 모습이다. 이것이 최근 북한에서 조류독감이 발생한 시점에 나온 것이어서 농가들을 더욱 긴장시키고 있는 데도 말이다.
이번 조류독감 바이러스 검출은 농림부가 지난 해 10월부터 올 2월 사이에 전국 철새 도래지 24곳에서 철새 배설물 3470점을 수거해 조사한 결과 나타난 것. 이에 따르면 이 중 9개 지역에서 저병원성 조류독감 바이러스 34건이 검출 됐는 데, 제주에서는 도내 대표적 철새 도래 지역인 북제주군 구좌읍 하도리에서 발견되었다.
우리 나라는 지난 2003년 12월∼2004년 3월 사이 19건의 조류독감이 생긴 뒤 감염 우려가 있는 닭과 오리 등 528만5000마리를 도살해 땅에 묻음으로써 추가 발생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제주지역은 조류독감 뿐 아니라 구제역이나 돼지 콜레라 등 가축질병이 없는 청정지역임이 국제적으로 인정돼 있는 터인 데 철새로 인한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대거 발견됨에 따라 긴장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물론 이것이 고병원성에 비해 위험성이 떨어지는 저병원성인 데다 요즘은 철새가 남에서 북으로 이동하는 시기여서 큰 걱정은 없다고 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저병원성이라도 닭과 오리가 감염된 채 방치될 경우 고병원성으로 바뀔 가능성이 있음을 우려하고 있어 낙관만 하기는 이르지 않나 생각된다.
더구나 철새가 퍼뜨린 바이러스를 확인했다고 해도 정부나 지자체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며, 정작 바이러스가 발견된 북제주군 축산당국은 ‘금시초문’이라고 할 정도로 가축 전염병에 대한 관리체계도 허술하다.
이에 대해서는 농가 스스로가 오염원에 노출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점만 강조되고 있으니 답답하기 짝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