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 없는 관료’
'영혼 없는 관료’
  • 제주매일
  • 승인 2013.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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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후(시인.소설가)
▲ 김관후(시인.소설가)

 

‘영혼 없는 관료’는 능력은 있지만 자기 생각이 없다. 평범한 시대 같으면 평범하게 살다 갔을지도 모른다. 중요한 순간 중요한 자리에 하필 ‘영혼 없는 관료’가 있었다. 아니라고 말해야 할 때도 ‘영혼 없는 관료’는 ‘대세’를 따른다. 결과는 끔찍하게 전개될 수 있다. ‘한동주 게이트’를 두고 하는 말이다.

‘한동주 게이트’가 ‘메가톤’급 파장으로 번지고 있다. 한마디로 ‘현대판 매관매직’이다. 현역 도지사를 돕는 조건으로 시장직을 거래했다는 충격 발언이 일파만파다. 지사가 공직자에게 ‘시장 연임’ 거래를 매개로 사전선거운동을 종용했다면, 그것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관료와 공무원들의 정치적 발언은 금기사항에 가깝다.

관료란 영혼을 버려야 출세가 빠를까? 공무원이 영혼을 팔게 되면 그 피해는 결국 국민의 몫으로 돌아온다. ‘관료에게는 영혼이 없다’는 관료제에 관하여 탁월한 연구업적을 남긴 사람은 독일의 막스 베버 (Max Weber, 1864년 ~ 1920년)이다.

막스 베버는 관료란 근본적으로 몰인정적(沒人情的·impersonal)이라는 전제하에 합법적으로 제도화된 그 몰인정적 질서에 명령과 복종의 계층제를 형성한 것이라고 했다. 관료주의란 정해진 법과 규정대로 일하는 주체로 원래 영혼이 없는 집단이라고 설파한 학자도 있다.

그러니까 관료는 민원인을 사람으로 보지 않고 사례로 본다. 관료는 체질 상 책임을 지지 않고 전가하기를 능사로 한다. 관료의 권한 중 특히 규제권과 감사권이 무소불위인데 자신들이 살기 위해 행사하는 것이 우선이다. 막스 베버가 오죽했으면 자신밖에 모르는 공직자더러 심정윤리만 지키는 것에 그치지 말고, 책임윤리도 철저해 결과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하겠는가.

그래서 관료란 영혼을 버려야 출세가 빠르다. 공무원이 영혼을 팔게 되면 그 피해는 결국 국민의 몫으로 돌아온다. 일부 관료들의 최대 목표는 정부의 신뢰 쌓기보다는 승진이고 그 다음 좋은 보직을 받는 일이다. 관료들이 봉사하는 집단은 권력이나 돈을 가진 자들이고 반사적으로 가족의 이익을 지킨다.

업무가 겹치는 다른 부처를 어떻게 해서든지 능가해야 자기네가 산다. 부처끼리 싸울 수밖에 없는 것은 논리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도민은 안중에 없는 채 제주특별자치도 부처 간 극심한 경쟁이 국민을 위해 펴야 할 봉사력을 갉아 먹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관료들은 '영혼 없는 집단'이 아니라 '부역집단'이라고 하는 것이다. 관료집단은 민간 기업에 비해 탄력성이 떨어진다. 이 또한 업무 영역이 한정되어 있어서 그럴 뿐이다. 관료와 공무원들의 정치적 발언은 금기사항에 가깝다. 공무원들의 정치적 중립성이 관료의 덕목이 되는 이유를 모두가 잘 알고 있다.

이미 도민사회의 여론은 ‘한동주 게이트’의 몸통으로 우근민 지사를 지목하고 있다. ‘한동주 사태’의 핵심은 선거승리를 위해서는 시장 직까지 거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판 매관매직’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그래서 서귀포시공무원노동조합도 기자회견을 갖고 우근민 지사가 잇단 공직비리와 관련해 ‘연대책임’을 강조한 점을 들어 “시정 최고책임자에 대한 연대책임은 누가 질 것이냐. 도 단위행사에 도지사를 대신해 시장을 참석케 한 우 지사의 책임이 크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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