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규칙 개정 절차의 비민주성 계기
개교 44년만에 교수협·노조 첫 출범
대화 의지없는 경영진 되레 갈등 악화
[매일포커스] 지난 1년, 제주한라대에 무슨 일이
[제주매일 문정임 기자] 제주한라대(학교법인 한라학원, 이사장 김병찬)가 최근 1~2년사이 위기 사학(私學)의 표본이 되고 있다.
대학 경영진과 교직원간 ‘소통 부재’가 그 이유다. 불통은 사용자와 노동자간 단순한 관계의 벽을 넘어 재정․인사 등 대학 측이 추진하는 여러 사업에 대한 의혹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 불통(不通)의 한 해
지난 3월 제주한라대에는 ‘교수협의회’와 ‘노조’가 잇따라 출범했다. 개교 44년만이다. 두 단체는 올 초 대학이 교수와 정규직의 임금체계를 호봉제에서 연봉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생겨났다.
취재과정에서 만난 교직원들은 그러나 단순 임금체계에 따른 불만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대학 측이 보여준 비민주성과 부당 인사 등의 탄압이 갈등에 기폭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대학노조 제주한라대학교지부(지부장 이준호, 이하 노조)에 따르면 대학 측은 올 초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학교 재정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임금 규칙 일부를 개정했다. 특정 근로자 집단(교수 및 정규직 직원)에 불리한 내용이었지만 근로자 전체를 대상으로 찬반 의향을 물었고 결과는 공개하지 않았다. 공개 설명회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부서 대표를 불러 구두로 대략적인 방향을 설명하고 부서별 연서를 받는 방식이었다. 투표 대상과 방식 모두에서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 노조 측의 주장이다.
총장의 권한이 커진 개정안 내용도 불만을 샀다. ▲연봉은 총장이 정할 수 있도록 했고 ▲감액·증액의 사유가 발생한 경우 수시로 금액을 조정할 수 있으며 ▲연봉에 이의가 있을 시 재심의도 총장이 결정권을 갖는다는 조항이다.
노조 탄생 후 갈등은 심화됐다. 이 무렵 제주한라대에는 또 다른 복수노조가 출범했는데, 단체교섭권을 누가 가질 지를 두고 분쟁이 있었다. 대표권은 결국 민노총 산하 노조가 쥐게 됐지만 이후 시작된 단체교섭에서 ‘대학 측이 성실한 교섭 자세’를 보이지 않았고, 노조는 지난 5차 단체교섭이 결렬된 이후 더 이상 대화가 불가할 것으로 판단, 이튿날 노동쟁의 발생을 대학에 서면 통보하고 제주지방노동위원회에 조정신청을 냈다. 23일(오늘) 최종 조정을 앞두고 있다.
이는 노조만의 판단은 아니다.
앞서 지난 10월 광주에서 열린 지방고용노동청들을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에서는 이례적으로 제주한라대의 노사갈등이 도마에 오른 가운데 민주당 장하나 국회의원(비례대표)이 증인으로 출석한 김성훈 총장에게 ‘원만한 노사관계와 민주적 절차 존중’을 주문했다.
또 노사 단체협상 때 참관한 근로감독관도 “대학 측이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최근 5차 교섭 때까지 총 138개의 협상안 조문 중 통과된 것은 10개가 되지 않는다.
노조는 현재 지난 16일부터 파업을 전제로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진행하고 있다.
대학 관계자는 노조 측과의 갈등에 대해 “노조 측이 거친 표현을 쓰며 다투려고만 한다”는 입장이다. 부당 인사 발령에 대해서는 “부당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대학 측의 결정이고 일을 처리하며 하나하나 이해를 구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교수협의회 역시 지난 3월 탄생 이후 여러 차례의 기자회견을 통해 대학 측에 ‘민주적 대화’를 촉구했다. 그러나 잇따른 부당인사 발령과 대학 측의 교수협 탈퇴 압박으로 관계가 더 틀어졌다는 것이 안팎의 중론이다.
교수협 관계자는 “대표적 예가 지난 8월, 개강 이틀 전 타 부서로 교수를 발령한 사례”라며 “대학 측은 공식적으로 기자회견 참석 교수들에게 교수업적 평가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경고조치를 내렸고, 실제 교수협 탈퇴를 거부한 교수들은 학과장 등 모든 보직과 각종 위원회에서 해임 조치됐다”고 말했다.
■ 불통은, 의혹으로
두 학부 실습장에 등록금 235억 투입 ‘과도한’ 매입·투자, 의혹으로 |
제주한라대 경영진과 교직원간 ‘불통’은 대학이 추진하는 여러 사업에 대한 의혹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교비 75억원을 투입해 매입한 애월읍 광령리 천아오름 일대의 목장실습용 부지(89만㎡)다.
이곳은 2011년 한 신탁회사가 이 땅을 공매에 내놓자 도내 농업회사법인이 15억3000만 원에 구입했고 얼마후 제주한라대학교 법인이 75억2000만원에 매입했다. 당시 대학 측은 말산업특성화 대학 유치에 필요한 시설이고, 학교와 가까운 점이 장점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매입가가 일대 토지의 공시지가보다 4배가량 비싸 논란이 일었고 의혹은 검찰 수사로 이어졌다. 제주지검은 지난해 11월 수사결과 문제가 없는 것으로 무혐의 처분했다.
그러나 일부 교직원은 “1990년대 학교이전을 위해 사두었던 애월읍 소길리에도 땅이 있는데 굳이 75억원이라는 학생등록금을 투자해야 했었는지 의문”이라며 목장부지 매입에 대한 공감은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75억원을 들여 매입한 목장부지가 목장부지로 쓰기 힘든, 천아오름 자체의 면적 때문에 예상보다 초지가 적어 현재 마사학부는 인근 도유지를 임차해 초지를 별도 조성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일부 직원들의 주장에 따르면 목장부지 매입은 당시 법인 내부에서도 의견이 분분했고, 회계담당자는 매입에 반대해 집행 도장을 찍어주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계 관계자는 지난 11월 퇴사했다.
이와 함께 ‘금호세계교육관’으로 불리는 관광학부 실습센터도 과도한 투자로 말썽거리가 되고 있다.
금호세계교육관에는 학생들이 낸 등록금(교비) 160억원이 투입됐다. 애초에는 실습용으로만 얘기가 됐지만 50개 이상의 객실과 예식 공간, 식당 등이 설계되면서 관광학부생들을 ‘실습’이라는 명목으로 활용해 수익사업을 하려는 것 아니냐는 눈초리를 받아왔다.
지난 10월 광주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도 민주당 장하나 국회의원(비례대표)이 한라대 실습호텔에 대해 “학생들을 공짜 아르바이트로 써서 숙박용으로 운영하려는 것 아니냐”며 “교육이 목적이면 그 목적에 맞게 운영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공사는 현재 멈춘 상태다. 시공사인 모 종합건설이 공사대금 등의 문제로 대학 측과 마찰을 빚자 지난해 공사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건축물에 대한 유치권 행사에 들어갔다.
이런 가운데 최근에는 1990년대 대학 측이 학교이전을 위해 사두었던 감정가 100억원대의 부지를 이사회가 수익용 재산으로 전환해 말이 나오고 있다.
학교 내부에서는 소길리 부지가 이전 목적으로 교비에서 지출했기 때문에 ‘교육용 재산’이라고 보는 반면, 학교 측은 당시 이사장 개인 재산으로 구입했고 그간 회계에서 누락돼 있던 것을 이번에 법인 재산에 편입시켰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교육용 재산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 중 소길리 부지 매입 당시 회계나 기획업무 관계자가 일부 포함돼, 이들 주장에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최근 1~2년사이 불거진 잇단 의혹에 대해 노조와 교수협은 꾸준히 문제를 제기해왔다.
앞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대학노조 제주한라대학교지부(지부장 이준호, 이하 노조)는 제주한라대 학생을 대상으로 배포한 호소문을 통해 “교직원 연봉을 동결해야 할 만큼 대학재정이 어렵다고 하면서도 대학 측은 공감할 수 없는 여러 사업에 거액을 투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제주한라대 교수협의회도 지난 8월 공동의장단 이름으로 낸 성명서에서 “학생들의 운동장이 사라지는 대신 수백원이 투입된 실습호텔이 들어서고 오름을 통째로 매입하고 주변의 부동산을 사들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재단의 전입금이 거의 없다시피 한 대학 재정상 이런 거액의 자본은 모두 학생들의 등록금에서 나왔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대학의 재정을 교육과 연구 등의 목적에 사용하도록 사립대학의 공공성이 확보돼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규탄했다.
한편 대학 관계자는 최근 제주한라대에서 벌어진 교직원들의 잇단 불만 표출에 대해 “노코멘트”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