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행정구조개편이어야 하나'
제주도의 행정계층구조 개편 작업이 얽히고 있다.
제주도는 아직 뚜렷한 일정을 잡지는 않았지만 도민 설명회 기간 동안 2~3차례의 여론조사를 전개하고 '도민 인지도'가 투표를 실시해도 될 만큼 오르면 오는 9월 정기국회에 상정한다는 내부 방침을 세웠다.
반면 이를 견제하는 목소리도 도의 일정만큼이나 거세지는 실정이다.
수면위에 떠 오른 반대의견은 크게 두 갈래로 나타났다.
시장. 군수 및 시. 군의원들은 '시장 임명제 및 시. 군의회 폐지'의 이해 당사자들로 '혁신안'자체를 부정하고 있다.
31일 준비위원회 결성을 밝힌 20개 시민. 사회 단체 등은 내부적으로 행정계층구조에 대한 방침을 정하지는 못했지만 제주도의 일방 정책을 비난하고 있다.
이들 단체들은 "현재 제주도의 혁신안은 도의 일정에 급히 맞추다보니 당초 취지나 목적에 크게 빗나가 있다"면서 '좀더 심도있는 연구와 여론 수렴'을 주장했다.
제주도청을 포함 시. 군, 시민. 사회 단체들이 파열음을 내는 가운데 도민들은 '더 이상 골이 깊어지기 전에 대화창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하는 실정이다.
당장은 '주장'하는 수준이지만 아무런 조치 없이 도가 주민투표를 강행할 경우 '의외의 사태'를 부를 수 있는 탓이다.
더욱이 주민투표가 마무리 된 후 만약 혁신안이 받아들여졌다고 가정하면 시민. 사회단체와 시. 군 의원들의 반발은 현재의 모습보다 한층 강도를 더할 것으로 전망된다.
▲곤혹스런 제주도
김태환 도지사는 행정계층구조개편 문제와 관련, "이번 기회에 뭔가 획을 긋겠다"는 입장이다.
김지사는 도민 저변에 깔려 있어 틈 만나면 회자되는 '행정계층구조개편'을 '어떠한 형태'로 든 종결시켜 '시간과 예산의 낭비요소를 없애는 동시에 국제자유도시에 걸 맞는 체제를 갖췄으면'하는 복안이다.
여기에는 최근 행자부에 보고한 '특별자치도'의 원활한 추진이라는 요소도 끼어 있다.
중앙정부는 '제주도의 행정구조개편을 통해 지방자치제도에 대한 점검'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분이 제주도의 행보를 바쁘게 하는 요인이다.
반면 반발이 만만치 않다.
시. 군에 이어 20개 시민. 사회단체들도 일제히 제주도를 비난하고 나섰고 설명회를 돕던 제주대 교수들도 '부담스럽다'면서 참여를 거부했다.
▲시민ㆍ사회단체의 주장
31일 준비위원회 결성을 발표한 시민. 사회단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시장 등 기초자치단체장을 임명하고 시. 군의회 폐지를 골자로 하는 '혁신안'을 관철시키기 위해 여론몰이 식 추진으로 도민갈등과 혼란만 일으킨다"고 지적했다.
'도지사가 기초자치단체장인 시장을 임명하고 기초의회를 폐지하는 것은 주민의 참정권을 빼앗고 지방자치 정신을 훼손한다'는 시민. 사회단체들의 목소리는 시. 군의원 및 시장. 군수와 닮아 있다.
하지만 시민. 사회단체들의 주된 반발 이유는 '제주도의 일방통행'에 있다는 분석이다.
이들 단체들은 기자회견에서 "시민. 사회단체가 행정구조개편에 대한 의견 등을 제시하겠다고 논의 초기단계인 2년전부터 줄곧 외쳤으나 행정당국은 이를 무시했다"면서 "이에 대한 결과가 제주의 미래를 감안하지 않은 최악의 안"이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도 당국은 주민의 접근성과 자치권을 확대하고 행정구역을 효율적으로 개편하는 미래지향적인 행정계층구조 개편안을 마련할 것 △'혁신안'을 관철시키기 위한 여론몰이와 인지도 조사를 명분으로 실시하는 여론조사를 즉각 중단할 것 △점진안에 대해서도 다양한 대안을 마련할 것 △도당국과 행개위는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일 것 등을 요구했다.
이날 대책위에 참가한 송재호 제주자치분권연구소장은 "제주도를 한 데로 묶는 광역안은 옳다고 본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지금 '혁신안'은 주민자치와 행정 효율성 등을 모두 놓친 졸작"이라고 평가하고 "좀 더 진지한 토론과 분석으로 제주도의 백년대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갈등 키울 이유 있나
제주도 당국, 시. 군의원 및 시장. 군수, 20개 시민. 사회단체.
이들이 내세우는 명분은 한결같다.
모두 제주도의 장래와 도민을 담보로 하고 있다.
하지만 행정계층구조를 향한 발걸음은 정반대로 도민들에게 혼란만 제공한다는 지적이다.
예를 들어 반대론자들이 '풀뿌리 민주주의 후퇴'를 외치면 도 당국은 비공식적으로 '도의원을 55명선으로 늘리면 아무 문제없다'는 분석을 제시할 뿐 이에 대한 대화를 도모치 않고 있다.
그 이유에 대해 도 당국자는 "혹시 혁신안을 지지하는 것으로 비치는 것이 두렵다"고 털어놨다.
결국 최근 진행되는 도민설명회와 함께 '공개 토론' 등 별도의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세 갈래로 삐쳐 나가는 행정구조개편과 관련한 행보 등이 나중에는 '도민 분열'도 다가 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