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라는 힘
문화라는 힘
  • 제주매일
  • 승인 2013.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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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자(세이레어린이극장 대표)
▲ 정민자(세이레어린이극장 대표)

아들이 오늘도 한숨 섞인 목소리로 집을 나선다. “다녀올 게요~”
“아들, 파이팅, 잘하고 와~” 엄마는 축 쳐져서 학교 가는 아들 등 뒤로 돌아보지도 않을 아들인줄 뻔히 알면서도 파이팅, 파이팅 연신 외쳐댄다. 남편에게도 못해본 애교를 한껏 부리면서.
우리 아들은 지금 중3이다. 연합고사가 코앞인데 늘 태평이고 영화다 컴퓨터게임이다 마음을 못 잡는 거 같아 엄마의 마음은 편치 않다. 조바심이 난다. 그렇다고 아들을 닦달하려니 엇나갈까봐 더 불안하다.
 며칠 전, 아들에게 스마트폰에 너무 시간을 뺏긴다며 화를 냈었다. 스마트폰을 사주는 게 아니었다, 어떻게 집에 오면 공부할 생각을 전혀 안 하느냐, 책이라도 읽던가, 스마트폰에 아들을 뺏긴 거 같다며 한바탕 잔소리를 해댔다. 아들은 잠시 쉬는 건데 왜 화를 내냐며 짜증을 내더니, 꽝 문을 닫고 자기 방으로 사라졌다. 그 순간 버릇없게 구는 아들이 얄밉고 서운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싫은 소리 한 게 자꾸 마음에 걸린다. 하지만 연합고사까지 남은 동안이라도 최선을 다하라고 한 소린데, 꼭 어떤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가 아니라, 아들 자신에게 자랑스러워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보라는 소리였는데... 아들이나 엄마나 그러고 나니 서먹서먹하고 같이 밥을 먹으면서도 서로 말이 없다. 늘 멋진 엄마인 척, 연극하는 엄마라고 마치 세상의 평가에는 신경 쓰지 않는 사람처럼 그랬던 엄마가 공부하라고 큰소리 쳤으니 엄마도 그 순간 미안하고 쑥스러웠다. 이 편지로 아들 맘이 조금이라도 풀리기를 바라며...

 아들, 미안하다. 누구보다도 아들이 시험부담도 많고 공부도 잘 안 돼 힘이 들 텐데 엄마가 화내서 미안. 사실 처음 중학교에 입학하고 교복입고 등교하는 아들보고 얼마나 뿌듯했는지 모른단다. 그런데 하루하루 쫓기듯 학교에 다니는 아들얼굴이 펴지지를 않아 참 많이 속상했었다. 물론 아직 영어도 잘 못하는데, 일본어까지 배워야 하는 학교가 싫다고 짜증내는 아들이 얄밉기도 했지만 한편 안쓰럽기도 했었어. 솔직히 중학생인데 공부해야할 과목이 너무 많고 고등학교입시도 너무 힘들다고 생각해. 하지만 지금 코앞에 있는 입시시험도 문제지만 입시시험 결과가 나올 무렵, 아들이 최선을 다하지 않은 자기 자신을 싫어하게 될까봐 사실은 그게 더 걱정이란다. 그러다 보니 엄마도 다급한 마음에 마음에도 없는 소리하고 화도 내게 되네? 아들은 아들이 뭘 원하는 지도 모르는 엄마가 야속하지? 그런데 아들아, 엄마는 아들 인생이 행복하면 좋겠어. 빨리 자기가 좋아하는 걸 찾아내고 목표를 정해서 서서히 준비하는 모습이 보고 싶어. 
 아들, 엄마는 네가 무엇이 될까라는 생각보다 어떤 사람이 되어 어떤 삶을 살 것인가를 먼저 생각하기바래. 그래야 목표를 정할 수 있지 않을까? 사실 엄마나 아빠도 그런 날들을 충분히 가지지를 못했단다. 그래서 많이 방황하고 아까운 세월 다 보냈어. 우리가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길을 한참을 돌아 너무 늦게야 찾았던 거지. 그래서 아들에게는 그런 방황의 시간을 줄여보라는 이야기였어. 오해하지 마. 엄만 아들보고 최고가 되라고는 안 해. 최고가 되기보다는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하지. 엄마가 늘 버둥대는 게 보이니? 왜냐면 엄마도 부족한 사람이여서 그러는 거야, 열심히 하다보면 그 부족함을 채울 수 있다고 믿으니까. 아들보기엔 엄마가 극성맞아 보이니? 하지만 이 사회에서 낙오되지 않으려면 할 수 없잖아? 특히 연극계는 너도 알겠지만 너무 힘든 세계잖아, 아들, 우리, 남은 시간, 최선을 다해보자, 너를 위해. 엄마도 잘 지켜보고 기다리마. 힘든 시간 잘 견뎌주어 많이 고맙다. 아들, 힘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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