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매일 문정임 기자] 우리나라 교사들에게는 진정한 의미의 교수권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 16일 저녁 제주도의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주교육발전연구회(대표 이석문 의원) 주최 전문가 초청강연회에서 교육평론가 이 범씨(44)는 “교사는 일정한 자격을 취득한 전문가이지만 대한민국은 교사들이 수업방식을 고민할 여건을 만들어주지 않는다”며 “사실상 교수권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 씨는 “현재 교사들은 개학 1주일 전에 새로 맡게 될 학년을 통보받기 때문에 새로운 교육적 실험을 고민할 시간이 없고, 교무회의에서 발언권을 얻기까지 10여년이 걸려 회의에서조차 다양한 수업관련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지 못 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 씨는 또 “현재의 학년별 석차평균 시스템이 동일한 문제로 시험을 봐야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개별 교사들의 노력만으로 수업이나 평가의 방법을 바꾸기가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 씨는 그러나 전국의 여러 학교를 방문한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경기도 고양시 덕양중학교(교장 이준원)의 경우 수업시간에 조는 학생이 없어 이유를 물었더니 “학생 참여를 늘리는 방식으로 매년 수업내용을 바꿔나갔다는 답이 돌아왔다”며 “이는 ‘혁신학교’로 선정돼 교사들이 다양한 ‘교육실험’에 달려들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이 씨는 덕양중의 경우 “모든 교사가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진짜 회의’를 한다”고도 덧붙였다.
이 씨는 “현재 우리나라의 대입제도는 미국식으로 진화해 학생들의 ‘역량 검증’을 요구하는 반면 대한민국의 공교육은 일제 식민지 시대이후 이어져 온 주입식 틀을 그대로 가져가고 있다”며 “이 부조화가 사교육을 늘리는 주범”이라고도 지적했다.
한편 이 범씨는 경기고와 서울대 분자생물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서울시교육청 정책보좌관, 강남구청 인터넷수능방송 강사, EBS 수능 인터넷강의 강사 등을 지냈다. 현재는 교육평론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저서로 「우리교육 100문 100답」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