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심 버린 ‘이어도 조례’ 무산
자존심 버린 ‘이어도 조례’ 무산
  • 제주매일
  • 승인 2013.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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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회가 결국 ‘외부의 압력’에 굴복, 이어도 조례 제정을 또다시 보류했다. 제주도의회가 이어도 조례 제정을 추진한 가장 큰 요인은 중국의 일방적 방공식별구역 지정에서 촉발됐다. 이어도 상공에 대한 중국의 독단적 항공식별구역 지정은 제주도민들뿐만 아니라 전 국민적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다.
결국 정부는 이 같은 여론을 등에 업어 이이도 상공까지 대한민국의 항공식별구역을 확장하는 조치를 했다. 우리 정부는 그동안 독도문제에서나 이어도 문제에서나 항상 ‘조용한 외교’를 중시해 왔다. 조용한 외교는 어떤 측면에서 보면 참 실리적이고 긍정적일 수 있지만, 이번의 경우에서처럼 중국의 일방적인 항공식별구역 확대지정 등이 발생했을 경우에는 취약하기 그지없는 외교정책의 하나다.
이 같은 측면에서 일본의 경우는 제주에 많은 점을 시사하고 있다. 우리나라 처지에서 보면 말도 안 되는 기분 나쁘고 외교적 결례로까지 치부될 수 있지만 일본 사람들은 대놓고 자기네 땅도 아닌 우리 땅 독도를 자신들의 영토 '다케시마'라고 부른다. 일본은 더 나아가 2005년부터 '다께시마의 날'을 정해서 독도를 강탈하기 위한 강도 술책을 펼쳐오고 있다.
그런데 제주인들의 영원한 이상향으로 여겨져 온 이어도 문제에 대해 지방 정부 차원의 조례까지 막아서는 행태는 백번을 생각해도 선뜻 이해가 안 된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 사대주의 근성이 뿌리내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제주도의회 한 의원은 조례제정 보류의 이유로 “이어도와 관련, 중국과 진정국면에 접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조례가 제정된다면 새로운 갈등을 유발할 수 있고, 중국인 관광객 유치에 부정적인 점과 제주관광개발에도 막대한 차질이 우려 된다”고 역설했다. 진짜 그럴까.
제주도의회가 이어도 조례제정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8대에 이어 이번까지 3번째 조례제정을 추진했지만 그 때마다 중국과의 갈등을 우려한 대내외의 우려와 압력에 의해 번번이 무산됐다. 제주도의회가 이처럼 상징적 의미밖에 없는 조례제정에 머뭇거리는 사이 중국은 국가 차원에서 이어도 하늘을 자신들의 항공식별구역에 포함해 버렸다. 언제까지 강대국의 눈치만 보는 미온적 외교의 틀 속에 앉아만 있을 것인가. 제주도의회가 이번 조례 제정을 보류한데 이 같은 사대주의적 가치관과 행태들이 개입된 것은 아닌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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