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제주도가 청렴도 전국 꼴찌를 기록해 도민들을 부끄럽게 만들었었다. 그런데 올해는 도의회마저 청렴도 전국 하위권을 맴돌아 또 한 번 도민들을 부끄럽게 만들고 있다. 청렴도 말석(末席)을 놓고 ‘형님 먼저, 아우 먼저’ 식이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올해 처음으로 지방의회 청렴도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제주도의회는 전국 17개 광역의회 중 10점 만점에 6.73점을 얻어 4등급 11위에 그쳤다. 그나마 제주도의회보다 청렴도가 낮은 광역의회가 6군데여서 위안이랄 수도 있다. 그러나 제주도의회 청렴도보다 상위권인 광역의회가 10군데나 돼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한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물며 제주도의 청렴도 전국 꼴찌에 이은 불명예여서 도민들의 수치심이 배가 되고 있다.
도의회는 집행부와 더불어 광역자치단체를 구성하는, 쌍벽을 이루는 기관이다. 어찌 보면 대의기구인 도의회는 행정 부서인 집행부보다 청렴도가 더욱 요구되는 기관이다. 그래야 집행부의 부정이나 불의를 질타하고, 잘못 된 예산 집행 등 행정적 오류까지 감시-감독하면서 당당하게 시정을 요구할 수 있지 아니한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의회가 청렴하지 못하다면 아무리 집행부의 잘못을 질타한다 하더라도 그것은 마치 ‘뭐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나무라는 격이 돼 공감을 얻지 못한다.
그동안 도의회는 청렴도 전국 꼴찌인 집행부를 얼마나 나무라 왔던가. 이제는 그러한 의회 활동이 부끄러운 행위로 비쳐지게 돼 체면이 없게 되었다.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제주도의회는 이번 청렴도 평가를 거울삼아 심기일전(心機一轉), 새로운 의회상을 정립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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